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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

육아일기인척 하는 나의 성장기 8

by 김유정
스크린샷 2025-09-06 오후 4.18.31.png 출처:월급쟁이부자들 인스타그램


더러운 물이 가득 담긴 컵에 계속해서 깨끗한 물을 붓는 영상을 보았다. 처음엔 여러개의 컵이 놓여있고 처음 담겨진 더러운 물을 계속해서 다음 컵에 옮겨 담는다. 그러다 나라는 컵에 더러운 물이 없어지도록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붓는다. 그러다보면 결국 그 컵엔 깨끗한 물만 남는다.


이 영상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난은 대물림되기 쉽고, 그걸 극복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서 그걸 다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깨끗한 물이 되고 그걸 아이에게 다시 부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대물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까지 주는 것.


나는 이 영상 링크를 동생에게 보냈다. 동생은 "이미 끊어냈어"라는 답이 왔다. 나는 아직이다. 사실 나는 이게 가난을 대물림해주는 것도 해당되지만 나쁜 습관이나 부모에게서 배우고 싶지 않은 어떤 점도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연애를 하면서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절머리 나게 싫어하는 그 모습이 나에게 얼마나 가득 담겨 있던지.


보고 배운 게 그것 뿐이라, 유전된 기질은 바꾸기 어려운 것이라 고스란히 물려받았겠지. 나는 이걸 절대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기질이야 어쩔 수 없이 물려줄 수 밖에 없더라도, 그런 걸 잘 컨트롤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나에게 깨끗한 물을 가득가득 넘치게 부어서 깨끗해진 다음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상담과 정신과 치료다. 해보니 이 두가지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 같다. 약을 먹으면서 물리적으로 도움을 받고, 상담을 통해 정신적인 도움을 받는다. 30회 가까이 상담한 선생님이 가장 최근 상담에서 처음 만났을 때 보다도 너무 많이 변했고 성장했다고 박수 쳐주고 싶다고 했다. 나 스스로도 느낄 만큼 나는 많이 변했다.


이기적으로 사람을 통제하려는 성향에 깔아뭉개는 말들로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 내로남불의 상징과도 같은 아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없고 무심하게 다른이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 대해 자기 객관화를 철저히 하고, 정신과 상담과 검사를 통해 나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 받고, 상담으로 나도 몰랐던 내 심리와 행동을 교정하는 것으로 완벽해질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단점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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