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

호기심이 많아 딴짓을 일삼는,

by 글 쓰는 변호사

딸아이가 물어보았다.


엄마, 청춘이 뭐야?


갑자기 가슴이 쿵 했다.

언제 들어도 저릿하고 울컥한 말이다. 청춘.


십 대에서 이십 대 정도의, 앞이 창창한 꽃다운 나이가 바로 청춘이란다,

말하고 나니 어쩐지 진 것 같다.

엄마는 이제 청춘이 아니구나.






우리가 한창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

내 소개글은,

"호기심이 많아 딴짓을 일삼는 청춘"이었다.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더랬다.



법대에 들어가면 누구나 1, 2학년 여름방학까지는 신림동 고시촌에 한 번쯤은 간다.

선배들 조언을 따라, 동기들과 함께 우르르 민법이나 형법 강의를 듣기 위함이다.

나 역시 한 두 번 신림동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나는 대다수의 법학과 학생들과는 달리 사법시험에 뜻이 없었고,

여의도에 드라마 작가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하고,

별 다른 계획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며 한 학기 휴학을 하는 등

부모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다가,

결국 생뚱맞게도 외국에 나가서 살겠다며 행정고시 외교통상직을 준비하다가 2차 시험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신 후 돌고 돌아(?)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었다.


외교통상직은 아주 소수직렬이라, 공부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

나 역시도 사무치게 외로운 고시생 시절을 보냈던 터라,

로스쿨에 들어가니 동기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그 환경이 몹시도 반가웠고,

대학원생이라 도서관에서 책도 마음껏 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로스쿨에 들어가서도 중간고사 기간에 태백산맥을 빌려 기숙사 침대에서 전권을 완독 하고,

홍대에 어쿠스틱 기타를 배우러 다니는 등 딴짓을 일삼던 그 청춘도

남들이 보면 나름 자리도 잡아 더 변할 것이 없는 삶을 살면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딸아이에게 청춘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네가 곧 맞이하게 될 청춘이,

많은 고민과, 갈등과 그 밖의 너를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로 인하여 눈물겹더라도

눈부실 시절임을 의심하지 않는단다.


엄마는 지금도 호기심이 많아 딴짓을 일삼기는 하는데,

아무리 청춘이라고 우겨도 청춘은 아닌 시절이 되어버렸단다.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는 것은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가끔 옆을 돌아보며 딴짓을 함으로써 그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때로는 그 딴짓으로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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