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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 Sep 15. 2021

그러고 보니 나한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던가?

41명이 묻고, 김원세가 답하다

안녕하세요. 광고 배우는 대학생 김원세입니다. 책을 쓰는 도중에 왠지 찝찝한 감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답을 듣기 위해 애태우고 밤잠 설친 적이 있었던가? 정작 나는 내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었나?

   

나라는 사람, 동시에 광고를 배우는 대학생, 더불어 이 책의 작가를 인터뷰하며 책을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인터뷰 질문을 부탁드렸더니, 무려 41분의 인터뷰어가 제게 물었습니다. 저의 인터뷰어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지영: 이 책이 본인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요?     


김원세: 일단 이 책은 제 첫 책이에요. 첫 번째는 늘 의미가 있죠. 나 까짓게 책을 쓴다는 설렘을 주기도 하고, 앞으로 더 나은 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첫 경험입니다. 다시 말해 설렘과 서투름이죠. 사실 이전부터 막연히 작가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다만 그럴싸한 책을 내기에는 이야기 재료들이 풍성하지 않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첫 책을 낸다면 인터뷰집이 될 것이라 짐작했었던 것 같아요. 질문하는 것과 포장하는 것에 자신 있기도 하고요.  

   

최우혁, 이혜선: 책을 쓴 계기와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원세: 우선 책을 쓴 계기는 서문에서 더 자세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으로 얻은 것은, 나를 소개하는 방법 하나가 늘었다는 것 아닐까 싶네요. 책을 교정하면서 스스로 곱씹었던 말이 ‘이 책이 앞으로 3년간 나를 소개할 거다. 실수가 있으면 안 되니까 세심하게 살피자.’예요. 누군가는 이 책으로 제 역량을 가늠할 수 있을 거고요. 또 누군가는 저를 글 쓰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누군가는 저를 인터뷰하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나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저는 이 책 하나로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태희, 배은혜: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김원세: 남들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라서가 아닐까요? 봉준호 감독의 유명한 수상소감이 있었잖아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가장 나다운 것은 70억 분의 1이고, 가장 유니크한 셈이죠. ‘나다움’이 좋은 원동력이 되니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주은: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원세: ‘재미’요. 일단 신이 나야지 가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도모할 때, 저는 제일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으로 시작해요. 예를 들면 ‘교수님을 모델로 한 교내 포스터가 있으면 어떨까?’, ‘상영회 제목을 이렇게 지으면 재밌겠는데?’, ‘내가 인터뷰를 하면 누구까지 만날 수 있을까?’ 혼자 재밌어서 생각을 거듭했던 게 잠자리를 설치게 했고, 대부분 일의 시작점이 되더라고요.     

 

김민정: 무언가를 해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김원세: 제가 영상을 만들면 “덕분에 재밌게 봤다.”가 될 테고요. 또 이벤트를 열었으면 “덕분에 재밌게 했다.”가 될 테고요. 책을 냈으면 “덕분에 재밌게 읽었다.”가 될 것 같네요. 저는 관종이에요. 제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학업’을 전공하기도 하고,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백창민: 목표를 위한 도전을 하실 때, 과정을 중요시하나요? 결과를 중요시하나요?     


김원세: 모두 중요한 가치이지만, 양자택일이 질문의 의도라면 ‘과정’으로 하겠습니다. 과정을 놓친 결과는 온전히 운의 영역인 것 같아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해서도 안 되고요. 그러고 보니 “과정이 훌륭하면 결과는 따라와요. 결과를 염두에 두고 매진하기보다 단계를 잘 밟아가자.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관입니다.”라고 이도경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네요. 저 역시 이도경 대표님의 생각이 완벽히 체화된 것 같아요.    

 

박재영: 많은 일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도전을 하고 싶나요?   

   

김원세: 취업입니다. 저는 여태껏 취준을 피해왔던 것 같아요. 분명히 학력 콤플렉스도 있었던 것 같고, 창업이라는 합리화도 있었고, 취준생은 내 얘기가 아닐 거라는 낙관도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었던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취업을 정면으로 부딪쳐 볼 계획입니다. 당당하게 해내고 싶어요.    

 

오미래: 하고 싶은 일 말고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하기 싫을 때 해야 한다는 이성과 충돌할 때 어떻게 하나요?     


김원세: 저 스스로 동기부여가 안 된 일은 다 하기 싫어요. 저는 ‘왜’에 대한 나만의 답이 없을 때 바로 불만이 표출되는 스타일이에요. 나 스스로 의미를 만들 수 없는 일은 누구보다 하기 싫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은 하지만 머리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 끝나고 나면 저는 아마 바로 그쪽으로 뛰어갈 거예요.     


김민재: 광고 관련 직종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원세: 사실 광고 관련 직종은 제 경유지고요. 제 꿈은 내 회사를 차리는 거예요.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걸로 돈을 벌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선 경험을 쌓아야 할 거고, 경력을 쌓아야 할 거고, 업계에서는 나름의 신뢰와 명성을 얻어야겠네요. 예를 들면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책을 내는 건데, 훗날에는 책을 내고 싶을 때 책을 내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나영: 스스로가 정한 인생의 가치 우선순위는요?     


김원세: 제가 미드 중 <워킹데드> 시리즈를 좋아해요. 좀비로 가득한 세상이 도래했음에도 사람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아기를 낳고, 서로를 위해 죽음을 감수하고, 그렇게 무리를 형성하고,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서 더 큰 의미의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어쩌면 사람은 본질적으로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사랑이란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나름의 가치 체계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성장-성취-명예-경제적 자유-시간적 자유-사랑’입니다. 일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큰 폭으로 성장하고 나면 잦은 성취를 얻을 수 있고요. 그렇게 계속 성취를 거두다 보면 명예를 얻을 수 있어요. 명예를 얻다 보면 돈이 따라오게 되고, 돈을 벌다 보면 시간을 얻어요. 시간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쉽게 말해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 모토입니다.    

 

이다영, 신민하: 작가님이 살아가는 동기가 있을까요?     


김원세: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죄송하지만 또 <워킹데드> 얘기를 하겠습니다.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가 이 드라마를 많이 좋아해서요. <워킹데드>를 보다가 문득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제목의 초점이 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좀비에게 있을까?’ 개인적으로 <워킹데드>는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워커’라는 존재를 끄집어냈다고 생각하고요.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삶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 삶의 이유는 후회 없이 죽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좀비 세상은 아니지만, 우리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살아가잖아요?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고요. 필연적으로 끝은 오기 마련입니다. 저는 예측 불가능한 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죽음이 오기 전에 꿈도 이루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후회 없이 사랑해보고 싶고 그런 거죠.   

    

김시유: 자신의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떻게 적고 싶나요?     


김원세: 개인적으로 소설 <인간 실격>의 플롯을 좋아합니다. 이를 오마주해서,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로 시작하고 싶네요. 제삼자가 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요.

     

장나엘: 내 인생을 하나의 영화로 본다면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만들고 싶나요?     


김원세: 영화 <인셉션>의 무한 회전 팽이 장면을 삽입하고 싶네요.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장나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사전이 있다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요?     


김원세: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요? 그런 사전이 있다면 왠지 신빙성을 의심할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것에 기대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제가 예전에 비해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소년 출세’에 대한 생각입니다. 지금의 저는 어려서 출세하고 싶은 생각이 아직 없고, 경계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임연주: 최근에 했던 거짓말은 뭐가 있을까요?     


김원세: 얼마 전 어머니가 저녁 먹고 왔냐고 물으셨는데 먹고 왔다고 했네요... 이것 참...     


신나영, 류지호: 본인을 색으로 표현하면 어떤 색에 가까울 것 같나요?     

‘남색’입니다. 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도 올린 적이 있어요. 제가 썼지만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해서요. (웃음) 인용하겠습니다.    

 

‘색으로 나를 칠해본다. 괜히 빨간색 크레파스를 들어본다. 고개를 저으며 내려놓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터라 다른 색에 비해 유독 때가 덜 탄 남색 크레파스를 집었다. 그러고 보니 무지개 속 남색은 강렬한 빨간색과 화사한 주황에 가려 눈에 띄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무지개 속 남색은 발랄한 노랑과 싱싱한 초록에 묻혀 가볍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무지개 속 남색은 시원한 파랑과 화려한 보라에 싸여 정체성을 양보했다. 그러니까 무지개 속 남색은 눈에 띄지 않고, 쓸데없이 무겁고, 양옆에 제 색깔을 뺏긴 색이다. 그런데 무지개는 6가지 색이 아니다. 무지개는 남색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무지개 속 남색은 색 자를 떼어놓고 보니 남이다. 본질적으로 남들을 비추는 색인가 보다.’     


남들을 비추는 색이라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김준혁: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변화시킨 가장 큰 사건 또는 동기가 있나요?     


김원세: 예전에 비해 ‘멋’의 기준이 달라진 것 같아요. 멋진 사람들이 제게 영향을 주고, 거기서 제 기준은 변하게 돼요. 이번 인터뷰이분들도 제게 지대한 영향을 줬어요. 누군가의 ‘멋’을 알아가고, 또 만나는 건 그만큼 내 시야와 기준을 넓혀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멋’의 기준은 지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어요. 내면에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게 아닐까요?      


유은민, 남광욱: 본인의 가치관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문장이 있나요?     


김원세: 이병률 저자의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인생의 파도는 나 자신이 만든다는 점도, 또 누군가는 그 파도에 다른 이들을 태운다는 점도 마음에 드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저는 남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는 넉넉한 파도를 만들고 싶어요.     


김수현: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성공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김원세: 저는 이승재 대표님의 꿈에 동감합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삶’이 가장 성공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승재 대표님의 꿈이 더불어 제 꿈이 되었어요.

     

전선영: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이겨내는 방법을 따로 가지고 계신가요?     


김원세: 철저하게 집니다. 구태여 이겨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꼬인 실타래는 애쓴다고 풀리지 않아요. 돌이켜봐도 일이 잘 풀렸던 기억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기억이 더 많네요. 계속 지다 보면 지더라도 잘 지는 법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기는 방법보다 잘 지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은희: 힘든 상황이 왔을  본인에게 채찍질과 위로  무엇을  주나요?      


김원세: 힘든 상황이 오면 휴식을 줍니다. 이 정도면 시간 낭비다 싶을 정도로 침대에 널브러져서는 뒹굴어요. 그러고 나면 채찍질을 합니다. “원세야, 조금만 쉬기로 했는데 왜 이리 오래 쉬었어. 너 진짜 노답이다.”   

   

고현호: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따로 있나요?     


김원세: 제가 생각보다 둔한 면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는 유형은 아니에요. 자고 일어나면 진정되고요. 친구들 만나서 떠들면 유쾌해지고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차분해져요.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와 잠시 거리를 두고 나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오도경: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을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김원세: 제가 아직 그 정도의 시련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역경을 딛고 일어난 유명인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것 같아요. 그들의 시련에 귀 기울여보면 내 건 정말 별것 아니더라고요. 그런 시련의 비교를 통해서 최대한 위안 삼으려고 할 것 같아요.      

 

김현준: 문제를 피할 수 없고, 억지로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해결하시겠어요?     


김원세: 그런 경우는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닐까요? 분명 피해도 용납 가능한 타이밍이 있었을 것 같아요. 때를 놓쳤다는 건, 피하고 싶어서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요. 그렇다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일단 들으러 갑니다. 인터뷰를 하러 가든, 선배를 만나든, 후배를 만나든 여러 사람에게 귀동냥을 구해요. 들은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최선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원칙을 새길 거예요. 그 속에서 배운 게 없으면 안 되니까요.     


채윤호: 본인에게 한계를 느낀 적이 있었나요?    

  

김원세: 사실 제가 대단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훌륭한 사람도 아니어서 쑥스러운 질문이긴 한데요. ‘숨이 차다’라는 현상은 폐에서 호흡이 필요하니 쉬어달라는 신호로 나타난 거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여태껏 그런 신호를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쉴 때 잘 쉬어가면서, 나름대로 예쁜 경치도 보며 서행했어요. 오히려 나보다 더 빨리 뛰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조급해했죠. 그런데 지금은 경주마보단 완주마가 되자고 생각해요. 꾸준히 뚜벅뚜벅 걷다 보면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엔 도착하리라 확신합니다.     


정현두: 후회되는 일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 대처하시나요?   

  

김원세: 후회합니다. 계속해서 후회하고요. 다시 정신을 차릴 때까지 후회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과 공부 못하는 사람의 차이를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사례더라고요. 사건에 대한 여운이요. 공부 잘하는 사람은 공부를 시작하면 직전에 뭘 했었든 간에 딱 끊고 공부에 집중한대요. 반면에 저같이 공부 못하는 사람들은 공부하기 직전에 있었던 사건이 계속해서 여운이 남아서 공부에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대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아직 저로선 불가능하고요. 후회되는 일이 있으면 만족할 때까지 후회합니다. 최근에는 후회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도 노력해요.

     

박선미: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자신만의 대처 방법이 있나요?   

  

김원세: 문득 김영하 작가의 <인생의 원점>이라는 단편이 떠오르네요. 이 소설은 영화 <박하사탕>의 명대사인 “나 다시 돌아갈래!”를 언급하며 시작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부럽다고 말해요. 생각해보면 원점 없는 윷놀이가 얼마나 어려울지 감도 안 잡혀요. 원점이 있으니까 세 쌍으로 뭉친 말이 잡히더라도 다시 시도할 기회가 주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도 원점 같은 친구가 있어요. ‘손주완’이라는 친구고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내가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새삼 소중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남혜린: 인간관계를 대하는 김원세의 태도는 무엇인가요?    

 

김원세: 저는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아요. 하지만 나를 좋아해달라고 애쓰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데 왠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만 관심이 가요. 이 책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요!   

  

이원빈: 여러 사람을 만나보며 본인이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의 기준이 있나요?     


김원세: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 가까이 하고 싶죠. 그런데 협업 상대라면 말이 달라져요. 우선 저는 제 비전이나 가치관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이 좋아요. 굳이 서로 fit 하지 않은데 공들여가며 팀 작업을 하는 건 모두에게 피곤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설펐을 때는, 팀 프로젝트를 할 때 내가 가진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은 서로가 fit 한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고, 팀플레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하동민: 인생을 살면서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김원세: ‘꾸준함’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위대한 능력은 꾸준함인 것 같아요. 동시에 제가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흔히 복리의 마법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비범함도 꾸준함을 이길 순 없는 것 같아요. 꾸준하다는 건 흐트러짐 없는 신념과 용감함이 있다는 뜻이에요. 한번 마음을 먹었으면 그 길로 그저 나갈 뿐, 그 결정이 자신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괘념치 않는 거죠.  

     

조무성: 내가 바라는 목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있나요?     


김원세: 위와 마찬가지로 ‘꾸준함’의 맥락에서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과 정말로 해내고자 하는 끈기가 있다면 목표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안진우: 20대, 30대, 40대 별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김원세: 20대에는 허리를 숙이고 싶고요. 30대에는 머리를 숙이고 싶어요. 그리고 40대에는 모든 관절을 꼿꼿하게 편 채로 다니고 싶습니다. 돈으로 예를 들자면 20대에는 5천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고요. 30대에는 5억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40대 때는 50억 원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이 줄기에는 모든 것들을 대입시킬 수 있어요. 20대에는 똑똑해지는 게 목표고요. 30대에는 지혜로워지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40대에는 내가 가진 지식과 지혜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꿈입니다.     


김예지: 현재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김원세: 오래 고민을 해봤는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답을 고민하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놓치다’라는 개념은 미래시점에서 과거를 말할 때 쓰이네요. 현재의 시점에서는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야 ‘아, 내가 이걸 놓쳤구나.’하고 아쉬워하지 않을까요? 부디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송명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김원세: 저는 ‘김원세다움’을 마구 퍼뜨렸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행위를 보고도 ‘어, 저거 김원세다운 건데.’하고 떠올릴 정도로요. 그런 뉘앙스를 ‘김원세다움’이라 통칭할 정도로 나다움을 발산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주영찬: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바라는, 짧은 수식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원세: 짧은 수식언이라... ‘하는’ 김원세와 ‘해낸’ 김원세입니다. 꾸준히 하고, 부단히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막연히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있어요.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저의 40대가 무척 기대됩니다. 지금은 이대로 계속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확실한 건, ‘해내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해내는’ 달콤함에 비해서 ‘하는’ 것은 퍽이나 지겨운 과정입니다.     


이예주: 인터뷰를 끝으로, 작가님의 자기소개를 들어보고 싶어요.    

 

김원세: 안녕하세요. 광고 배우는 대학생, 김원세입니다. 완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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