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자기소개
그대, 꿈꾸고 있는가. 아니 숨쉬고 있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두 단어가 유의어이다. 숨쉴 수 있는 자는 꿈꿀 수 있기 마련이니까.
꿈꾼다는 것은 호흡과도 같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펼쳐지는 광경 너머로 몸을 맡기면 생생한 공기가 폐 속으로 밀려들어온다. 상관없다. 뿌연 필터가 낀 듯한 세계라도, 눈이 돌아갈 것 같은 화려한 풍경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살아 숨쉬는 느낌을 받으니까.
이쯤에서 나올 법한 질문. ‘왜 그렇게 꿈을 꾸시나요?’ 그야 당연히 재밌어서. 때로는 실제 세계보다 꿈속이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법이다. 의식을 놓아버리고 무의식 깊숙하게 나아가면 펼쳐지는 세계. 개연성도, 핍진성도 존재하지 않지만 뭐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 꿈속에서만큼은 뭘 해도 말이 된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나는 심연에서 온 몽상가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땅에 발을 붙이고 계속 꿈꿀 작정이다. 그 꿈을 글자로 그려내는 게 내가 할 일. 까만 잉크로 만든 세계에도 색깔은 존재하지 않는가? 아무튼 잘 부탁한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