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닿으면 바스라지는
발을 한껏 구르면 땅에 닿을 것만 같아, 네가 속삭인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위, 몸을 지탱할 수조차도 없는 공허. 우리는 남들이 구름이라고 부르는 곳에 존재한다.
몽글몽글 푹신해 보이지만 잡자마자 흩어지는 수증기. 햇살을 반사해 하얗게 빛나고, 노을이 지면 분홍빛, 주황빛, 붉은빛으로 물들지만- 삼키면 오렌지 맛은 고사하고 밍밍한 무(無)맛만이 목구멍을 맴돌다 사라질 것이다.
지상 사람들은 구름 위를 동경한다 하죠. 그런데 다시 한번 물을게요, 이래도 구름 위에 살고 싶으신가요. 땅이 아닌 하늘에 발이 묶이길 바라시나요?
바람에 구름이 휩쓸린다. 그윽한 호선을 그리며 밀려간다. 그 틈에서 네 손을 놓아버려도 상관없다. 반드시 다시 만날 테니까.
나의 믿음은 단 하나, 구름이 비가 되고 파도가 되어도 언젠가 햇빛을 삼켜 하늘로 올라오리라는 것. 어차피 이곳에 묶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