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5mg
데자와. 이름이 특이한 밀크티. 내가 알기론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이다. 먹어보니 대충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좋게 말하면 향기롭고 나쁘게 말하면 상쾌한 화장품 맛.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니다. 캔 속에 담긴 극소량의 물질. 바로 카페인이다.
카페인에는 각성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집중이 안 될 때 차나 커피를 마신다면 외부 정보도 쉽게 들이마실 수 있게 된다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흡수하고 싶을 때 카페인을 택하는 걸까?
나는 반대다. 카페인을 들이마시는 순간 배출밖에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알코올을 흡입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면서 무언가를 미친 듯이 생산해낸다.
하지만 그 뭔가가 정갈하게 정리된 형태로는 나오지 않는다. 안개 낀 머릿속에서 뭉개지며 말이 되지 못한 채 남을 뿐. 그러니 새로운 정보를 삼키는 건 꿈도 못 꾼다. 있는 정보부터 빼내야 하는 상황에서 없는 정보를 들여보내라니. 몽롱함과 맞물려 빈번히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일까? 카페인을 들이마시고 쓴 글은 대부분 두서가 없다. 단어 하나하나가 폭발하는 듯한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진 않지만 뭐랄까... 읽다 보면 잔잔한 흐름에 휩쓸려 삼천포까지 빠지는 느낌이 든다.
당신도 이 글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까.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상관없다. 나조차도 카페인을 마신 나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 아침이 되면 잊힐, 새벽 4시에 적은 실없는 소리쯤으로 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