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본질

PART 1. 완벽주의자의 우울

by 홍사라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_By. 괴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고통이 지나야 희망이 찾아온다” 같은 논리의 말을 자주 접하게 돼. 너도 예외는 아니었지. 그리고 그런 말들이 항상 거북했어. 지나치게 흔한데, 과하게 긍정적이라서.


괴테의 말도 그리 다르지 않았어. 상대가 어떤 어둠 속에 있는지는 보지 않은 채, 희망만을 강조하고 종용하는 말이었으니까.


햇살처럼 밝은 글씨로 쓰였지만, 정작 듣는 이의 가슴에는 어두운 자국을 남기는 말. ‘좋은 의도’가 담긴 말이지만, 정작 ‘좋은 위로’로는 느껴지지 않는 말. 고통을 희망으로 덮어씌워 버리는 말.


그건 마치 통과해야 하지만 애초에 낙제할 수밖에 없게 짜인 시험 같았어. 그 시험은 너를 영원히 실패한 낙오자로 남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고 끝내 절망과 자책 사이에서 헤매게 만들었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거북한 게 당연한 거였어. 겪어보니 고통은 성장의 계단도, 희망으로 나아가는 조건부 통과점도 아니었거든.


네게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었어. ‘희망’이나 ‘기쁨’이라는 리본을 억지로 묶어 포장해 봤자 아름다워질 수 없는 것. 그건 어느 누구도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었어. 사람을 주저앉히고, 희망을 앗아가는 절망 그 자체.


그게 네가 느낀 고통의 본질이었지.






그저 나는 네가 고통을 예쁘게 포장하려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네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여 왔는지 아주 잘 아니까.


그러니, 지금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에만 집중해 보면 어떨까.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아. 숨을 쉬는 것만으로 버거운 하루가 찾아올 수도 있고, 침대에만 머무르게 되거나, 약 외엔 아무것도 삼키지 못하는 날도 있을 거야. 살기 위한 호흡보다 어두운 한숨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마. 고통을 외면하지 않게 되면, 네 안에 피어나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테니까. 그 순간부터는 강해지기 시작할 거야. 고통이 너를 힘들게 했던 만큼, 네가 견뎌낸 아픔 만큼.






희망은 고통의 끝에 보상처럼 주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을 견뎌낸 순간들이 쌓인 자리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고통을 마주할 수 있게 되면 너 자신을 스스로 지킬 힘이 생길 거라고, 그 힘이 희망이란 이름을 얻게 될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그저 견뎌내자. 모든 게 켜켜이 쌓여, 기어이 어떤 어둠도 너를 묶어두지 못하도록. 어떤 상처도 너를 흔들거나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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