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완벽주의자의 우울
사람은 완벽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생각해.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 완벽하지 않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사람, 그리고 완벽이라는 말 자체에 마음을 두지 않는 사람.
너는 두 번째에 속했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고, 끝없이 압박하는 사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에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진 사람.
너는 완벽함을 위험한 덫처럼 여겼거든.
완벽해 보이는 순간은 자만을 부르고, 자만은 방심을 만들어서, 그건 결국 일을 그르치게 한다고 믿었던 거야. 그 믿음엔 나름의 근거가 있었어. 무언가 완벽한 것 같거나 일이 순조롭다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쁜 일들이 찾아오곤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의심하는 게 징크스이자 습관이 되어버렸지. 확신이라는 감각은 너의 일상에서 사라졌고 네가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은 검열과 검토의 대상이 됐어. 맞는 방향인지, 실수한 것은 없는지, 남들이 볼 때 이상하게 생각할 만한 것은 없는지,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너는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점검하고 예측하려 들었어.
강물은 흘러가게 되어 있어. 큰 바위에 부딪히더라도 잠시 소용돌이를 만들지라도 어떻게든. 하지만 너는 흘러가는 모든 순간을 의심하며 살았어,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네가 손가락질하는 대상은 상황이 아닌 너 자신이 되어 있었어. 완벽하지 않은 너. 그로 인해 작아지고, 더 작아지다 궁지에 몰려 고여버린 네 안의 아이.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너는 앞으로 네 안의 우울과 어둠을 견디면서 이 질문을 계속 떠올리게 될 거야. 그리고 알게 되겠지.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과, 그렇게 찾아낸 정답에 맞게 살아가는 건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너는 지금까지 완벽한 척하는 대상이나 완벽을 요구하는 상황에 수도 없이 이용당하고 상처받으며 살아왔어.
스스로는 흠집 하나 없는 것처럼 굴면서 다른 사람의 실수는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사람들. 타인의 어긋남을 보며 자신의 무결함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그들의 말과 표정, 얇은 조롱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너. 완벽함에 매달리며 버텨온 너. 그러나 결국에는 주저앉고 말았던 너...
그 애씀은 정답이 아니었어. 정답이었더라면 적어도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거야. 너의 마음이 그토록 어둡게 가라앉지 않았겠지.
결국 완벽한 사람이 된다는 게 가능할까?
어쩌면 우리는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인지도 몰라.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혹은 자신을 더 깊이 미워하기 위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완벽한 그들에 비해 네가 작고 모자란 게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을 기준 삼아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살아온 건 아닐까.
이 말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너에게 얼마나 힘이 되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완벽해질 때까지 다듬어야 한다는 강박과 노력은 이제 내려놓아도 괜찮아. 실패하지 않기 위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지 마. 남들이나 세상의 방식처럼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너 자신을 몰아세울 필요는 없어.
그러니 부디, 너를 미워하지는 마.
거기 고여 있다 해도,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일 지라도, 끝내 완벽하지 않더라도, 모든 건 언젠가 너의 자리를 찾아 흘러갈 거야. 네가 가진 속도와 모양으로. 강물이 저 멀리로 돌아가고 굽이치며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같아도 결국 자기 길을 찾아 흘러가듯이.
그건 완벽이라는 난제 속에서, 너에게만은 분명한 정답이 되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