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학교: 1교시] 초기 임신부의 고통은 왜 사회적 미수금으로 남는가
[강의 안내]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엄마 학교’의 두번째 시간으로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무너져 내려가는 초기 임신부의 장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임신 전, 내가 장부에서 보던 숫자들이 명확한 거래였듯이, 내가 상상하던 임산부의 모습도 만삭의 이미지였다. 드라마 속에서 몸살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임신 3개월입니다”라며 가볍게 입덧을 하는 장면 정도였다. 임신은 내 인생의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미지급 항목'이었기에, 배가 불러온 뒤에야 진짜 임신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심지어 아이를 밴 사람은 '임신부', 아이를 낳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임산부'라는 이 기본적인 계정 과목조차 나도, 남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 몸이라는 장부에 발생한 '예상 밖의 손실'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내 몸은 급격한 '손실'을 시작했다. 체력은 급감했고, 어떤 음식도 내 몸이라는 시스템에 '승인'되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 멀쩡했던 몸이 순식간에 몸살 환자라는 '불량 재고'가 된 기분이었다.
물조차 뱉어내는 일상 속에서 깨달았다. 임신 초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무너진 몸의 장부를 수습하기 위한 최소한의 '긴급 처방'이었음을.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커뮤니티에는 “배도 안 나왔는데 일찍 퇴근한다”는 동료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임신부는 그 눈칫밥에 체하며 단축 근무라는 정당한 권리를 '미수금'처럼 남겨둔다.
"배가 안 나와도 임신부는 힘들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배려 인식 조사(2025)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배가 나온 것을 보고 배려한 비율이 72.5%이고 임산부 엠블럼 보고 배려한 것은 26.9%에 불과했다. 일반인들도 배가 나온 것을 보고 임산부라고 인식했기에 초기 임신부들의 힘듦은 이해하지 못했다.
“배가 나오지 않아 몰랐다”는 말은 임신 초기 임산부들에게 가장 아픈 '반려 이유'가 되어 속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에 따른 고통은 무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시간
문제는 교육의 부재다. 보건소에 이유식 교육이나 병원에서 해주는 출산, 모유수유 교육은 넘쳐나도, 정작 임신 초기 엄마의 몸을 설명해 주는 교육은 찾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학교와 직장에 '임산부 배려 교육'이라는 필수 과목을 개설해 임산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라도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만 “배도 안 나왔는데 뭐가 힘드냐”는 식의 오류 섞인 비난이 사라질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는 인프라를 구축해도, 사회 분위기라는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직장에서 출산휴가가 '종이 위의 제도'로 남지 않으려면, 먼저 임신 초기의 고통에 대한 '인식의 결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변에 임신부가 있다면, "지금 몸은 어떤 상태인가요?" 하며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보자.
그런 질문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가 될 때 임신부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엄마 학교 수업 일지]
●연재 시간: 매주 화, 금
●교과 목표: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엄마가 되는 법’을 스스로 정립하기
●다음 수업: 꿈속에서 만난 소망이(엄마와 할머니의 태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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