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임신, 그 후 다시 써가는 나의 인생 재무제표
202X 년 겨울,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를 마치자마자 예고 없는 손님이 바로 찾아왔다. 임신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임신 4~6주 차. 내 성격상 계획에 없던 일이어서 기쁘지도 않았고 얼떨떨했는데 '입덧'이라는 가혹한 결산이 시작됐다.
일상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경리 업무를 하며 소수점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던 내 인생의 장부가, 통제 불가능한 구토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오랫동안 지켜온 책상을 떠나야만 했다. 몸이 버틸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도 걱정 섞인 퇴사 권유와 눈치껏 상사에게 귀띔해 준 친한 선배의 배려로 예상보다 일찍 '퇴사'라는 승인을 받았다.
먹는 족족 토해내고 먹고 있다가도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상이 넉 달간 이어졌다. 내 몸은 마치 다 처리되지 않은 청구서들이 가득 쌓인 사무실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입덧이 아침저녁으로만 찾아오는 '임신 중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을 기운이 생겼다. 처음에는 유튜브라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 소아과 의사, 그리고 수많은 선배 엄마들의 조언은 제각각이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내 마음속 불일치 내역은 커져만 갔고, 나는 다시 정보의 늪에서 길을 잃었다.
그때 깨달았다. 남의 장부를 베낀다고 내 인생 장부가 바르게 작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검증된 전문가의 글을 읽으며 나만의 육아 기준을 하나씩 세워나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처럼 '엄마'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가이드라인이 되고 싶어서다. 비록 첫 임신이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기준을 가진 '경력직 엄마'처럼 잘 해낼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나에게는 이 과정을 가르쳐 줄 학교도, 사수도 없기에 스스로 “엄마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글쓰기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나의 오랜 정산 방식이자, 유일한 해방구다.
엄마가 되어가는 이 낯선 여정을 기록하며, 내 길을 보고 나처럼 처음 엄마가 되는 사람도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
앞일은 하늘에 맡기고, 나만의 첫 수업을 시작해보려 한다.
임신부터 출산 후 100일까지의 여정, 화, 금에 연재됩니다. 다음 화는 "배 나오지 않는 임신부가 치르는 혹독한 몸살"입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 주실 분들은 '구독'으로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