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슬럼프가 왔을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슬럼프를 겪는 때가 딱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재미있다고도 해주고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준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고 보면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정말 잘 쓰고 인기 많은 작가들에 의하여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슬럼프가 오고, 글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이유로 슬럼프가 오겠지만, 나는 무슨 분야에서든지 그때를 이용해 먹기를 바란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크게 슬럼프가 왔던 2020년에 글을 그만두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글에 대한 감정이 바닥을 치고 보면 내가 이것에 대해 원하는 게 가장 잘 보이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나를 글에 담아내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이제 글을 그만 써야지, 딱 이것만 쓰고 했던 글. 그 글을 발전시키며 나는 나를 담아낸 글을 쓰고 싶었고, 온전히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때에 그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과제이지만, 나는 아직도 찾아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 목표하는 바가 뚜렷해지고 나면 오히려 이 작업을 하고 싶은 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의지를 논하곤 하지만, 의지는 목표가 생겨야 발생하게 되는 법이다. 고로, 우리는 목표점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목표점을 그리게 되면 다들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늦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이것을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고민을 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고 (이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때가 늦지도 않은 때이다. 예술에 있어, 슬럼프는 우리를 더 발전시킨다. 슬럼프는 우리가 계단을 오르기 위해 턱을 마주쳤을 때의 그 공포감이지, 막상 턱을 넘고 나면 슬럼프를 겪었을 때 보다 우리는 한 층 더 성장해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는 작가지망생, 혹은 어떤 분야에 대해 슬럼프를 겪는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대들이 지금 겪는 벽은 영원한 벽도, 끝없는 높이를 가진 벽도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벽을 그 끝내 넘고 나면 지금의 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작품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도 그랬고, 다른 이들도 지금 그 통곡의 벽을 넘고 있고,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지만, 나는 그때에도 벽을 넘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