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회고록: 편의점 막내

by 별님

지난주에 나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 가만 생각하던 중, 내가 어쩌다가 이리되었을까에 대해 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그리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겨울바람이 봄바람이 되어 기억을 미화하기 전에 편의점 회고를 해보려 한다.


나는 내 첫 일자리에서 도망치고 나서, 돈이 필요했다. 퇴직 정산금은 나와 함께하고 있는 노트북만을 뱉어내고 말이 없었다. 주 5일을 갇혀서 스트레스받다가 조금 쉬고 나니 하고 싶었던 것들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수입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열심히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워냈었다. 그러던 중, 전화 후 방문이 유일한 지원방법인, 내 첫 번째 편의점을 발견했다.


막상 지도를 보고 가보니, 내가 자주 드나드는 길목에 있는,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사장님이 계시지 않을 때에만 많이 와서 그런지 나를 신기해하신 게 아직도 기억난다.


사장님은 나에게 많은 걸 묻지 않으셨다. 나의 전화번호, 대강 어느 쪽에 사는지 그걸 노트에 적으시고는 나를 채용하셨다. 정말 순식간에, 나는 보라색 조끼를 입게 되었다.


처음 하는 편의점 일이다 보니, 정말 모르는 게 많았다. 첫 출근 전, 사장님께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정말 이 작다면 작을 공간에서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첫 출근을 한 날, 나는 기물파손을 하며 거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첫 근무를 하고, 또 출근을 하고, 또 출근을 하다가 보니, 내가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제2025년의 9월 13일은 나에게서 멀어지지만, 전혀 멀어지지 않는 기억이다.


사장님은 내게 일을 하다가 뭔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하루에 몇 번씩 전화나 문자를 드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초대형사고, 돈문제 아니면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3개월을 지내니 그리되었다.


지금의 나는 이제 자주 오는 손님들까지 외우고, 스몰토크를 할 정도로 잘 적응했다. 이 편의점 막내인 나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 이제는 편의점이 정말 편하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것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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