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편의점에 대해 놀랐던 이야기들 (3/11-18일 근무일지)
기억 속을 잠시 여행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대들의 기억에 '편의점'이란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가. 나에게는 어릴 적 일찍 일어나신 아빠 손을 잡고 컵라면을 사러 가던 곳이었다. 좀 더 자라서 학교에 다니게 된 이후로는 여러 먹을거리가 있는, 내게 배고픔을 잠시 잊게 도와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종종 가던 이 공간과 잠시 이별해야 했던, 고등학교에서의 3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세상도, 그 세상의 일부인 편의점도.
나의 기억 속을 뒤적이다 보면, 개인이 개인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는 우체국에 가야 했던 시절이 있다, 그때의 나는 어린아이였기에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3년의 고립계를 벗어난 지 1년 넘게 지난 지금은 집 앞, 길거리에 널린 편의점에서 택배를 부칠 수 있다. 그것도 반값택배, 내일 도착 보장과 같은 옵션도 있다.
내가 편의점 세 군데에서 일하면서 택배 배송비를 결제하는 일은 이제 아주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가 되어있었고, 반값택배를 전달하는 일은 '엥?'이라는 말과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가끔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근무자의 도움으로 택배를 부치시곤 한다. 그 말인즉슨,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서비스가 된 것 같다.
지금은 코로나 시절을 지나며 배달이 이전보다 더 많은 걸 집 앞까지 배송하는 때가 되었다. 이제는 배달 앱 하나면 장보기도 할 정도이니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해졌는지는 그대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달이 치킨, 중국집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편의점 물건들도 기사님들이 배달하신다. 그렇다면 그 물건들을 준비해서 기사님께 전달하는 건 누구일지 생각해 보자. 편의점 주문은 정말 작은 용량으로 여러 상품을 주문하시는 경우, 좀 큰 (1.5리터 콜라 같은) 상품을 여러 개 주문하시는 경우, 봉지과자만 잔뜩 주문하시는 경우 등 정말 다양한 배달상품의 경우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거 처리하겠다고 물류센터를 만드는 건 낭비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물류센터의 일을 대신할까. 바로 그 시간대 편의점 근무자들이다.
정말 작게는 과자, 음료수 합쳐서 10개 이하인 주문부터 진짜 이럴 거면 쿠팡 배달이 낫지 않을까 싶은 주문까지. 정말 다양한 경우가 있고, 그건 오로지 그 시간대 근무자의 몫이다. 편의점은 대부분이 1인 근무 체제이다. 그 말은 즉슨, 근무자는 매장 손님, 배달, 또 상품 정리 및 진열까지 동시에 한 명이서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근무자가 날아다니지 않고서야, 발에 불이 나지 않고서야 처리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이 동시에 처리되어야 한다. 정말 대나무 헬리콥터나 분신술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배달 업무에 대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이 일은 나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기사님과의 소통 및 전달도 잘 이루어져야 한다.
가끔은 부피가 너무 커져서 한 봉투로는 포장이 불가능한 주문은 일상이다. 이 때는 정말 큰 봉투를 쓰거나, 두 개로 나누어 담는데, 이 내용을 기사님께 전달하지 않으면, 상품이 누락되고 즉시 컴플레인이다. 초대형 사고가 나는 것이다.
편의점은 혼자 일하지만,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 참으로 신기한 일자리이다.
지금까지 혼자인 편의점에서 일을 같이 한 나의 단짝 기물인 포스기 이야기를 하고 이 보고서를 마치려고 한다.
포스기는 편의점이 운영되는 동안에 없어서는 안 될 기물이다. 매일 손님의 입장에서 보는 포스기는 계산하고 가끔 교통카드 충전이나 하는 기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근무하다가 보면 이 기계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이거 오늘 문 닫아야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 구역의 A to Z이다.
편의점 업무는 앞으로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니, 지금까지의 편의점 근무 중 마주친 기상천외한 포스기의 기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첫째로는 '토스머니 충전'이다. 사실 토스를 이용하지 않아서 토스머니가 무엇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토스머니 충전은 수도 없이 많이 해보았다. 내가 고립계에서 생활하던 동안, 세상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는지 이건 내가 편의점 일을 하게 되며 처음 알게 된 것이다.
포스기의 특징 중에는 냅다 바코드를 스캔하면 자기가 알아서 해당 업무 창을 띄워주는 경우가 많다. 토스 머니 충전도 냅다 찍으며 시작했다.
근데 이와 같이 무언가 금액을 충전해 주는 업무에서 정말 중요한 점이 있다. 꼭 먼저 현금을 받고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포스기에서 몇 번이고 현금을 받았는지 되묻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은 사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이야기할 것은 '기프트 카드'에 대한 것이다. 요즘에서야 많이 보이는 것 같은 이 물건은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지만, 주로 판매되는 건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이다.
이걸 판매할 때를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들이 작게는 2, 3만 원, 많게는 10만 원 정도까지 구매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정말 적지 않은 돈인데 어린아이들이 결제할 때 어디서 이런 돈이 생겼으며 부모님들은 알고 계시는지 의문이다.
꼭 기프트카드 결제 중에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부모님들의 클레임이 발생한다는 문구가 뜬다. 그래서 하루는 기프트카드를 구매한 아이에게 이걸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들어보니, 이걸로 친구들끼리 선물도 하고, 본인이 사용하기도 한다고 답해주었다. 나의 고립계 밖은 너무 많은 것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세 번째로 이야기할 것은 '인터넷 결제 대행' 서비스이다. 어느 날, 어떤 학생이 인터넷 결제를 하러 왔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기능의 존재 자체도 몰랐어서 포스기와 좀 다툰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편의점은 정말 별의별 일을 다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하이패스 미납요금 납부'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였다. 그 결제를 시작하는 창을 찾기도 어려웠고, 그와중에 본인 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한참을 씨름했었다. 생년월일 자릿수가 문제였던 그날의 포스기는 참 예민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일단 결제를 도와드렸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을 시작한 이례로 신기했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앞으로 하게 될 이 일은 또 어떤 상황에 나를 던져두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