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윤동주 시인의 눈오는 지도를 읽고...

by 별님

눈오는 지도-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 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것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 안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그만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이 시를 어떻게든 해석하려 할수록, 나의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조각날 것 같기에, 이번주는 순수히 이 시의 인상과 감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시를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눈이 지도 위에 덮인다는 게 슬펐다. 지도는 길잡이이고, 순이의 행방을 알게 도와줄지도 모르는데, 그 위에 눈이 온다는 건, 순이의 행방이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라는 부분은 이 시인의 발상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뒤에서는 ‘방 안까지 눈이 나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텅 빈 공간을 이렇게 표현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는 널 찾아 나서면, 일 년 내내 마음에 눈이 내린다는 것이 이 시를 읽는 내 감정의 최고조였다. 마음에 눈이 내린다는 게 난 두 가지 의미로 느껴졌다. 첫째는 내 마음이 점점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말, 둘째는 어찌해도 널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말로 말이다.


나는 이 시인이 생각한 것이, 이게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의 자유와 해방이라면, 그런 거냐고 물으면 어떤 답을 할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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