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은 게 있어요.”
나는 멍하게 커피를 홀짝이는 수연에게 물었다.
“무엇이죠?”
수연은 나를 보며 되물었다. 수연의 눈에는 졸음이 섞여있었다.
“어쩌다가, 작가가 되신 건가요?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잖아요.”
수연은 내 말에 창밖을 내다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학생 때에는,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는 여러 학생 중에 하나였죠.”
“그럼 어쩌다가 글을 쓸 생각을 했나요?”
내 말에 수연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적어도 외면하기는 싫었거든요.”
외면하기 싫었다라 무엇을 보았기에 이런 답이 나온 것일까.
“지금을 외면하기 싫었어요. 그쪽은 1962년 사람이니까, 모르실 수도 있겠는데, 지금에도 벌어지는 많은 일이 있어요”
“그럼 수연 씨가 보신 지금은 무엇인가요?”
나는 궁금했다. 이 여인의 지금은 무엇일지.
“맨 처음의 지금은 학교에서였어요.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을 넘어선 감정이 들기 시작했을 때였죠. 생각보다 학교는, 그 누구도 보호할 수 없는 공간이었어요. 그걸 깨달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이었고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이들은 다치지 않길 바라서요.”
“그렇다면, 그게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의 전부 인가요?”
나는 작가로서의 목표나 계기가 궁금했다. 나는 작가라면, 분명 그 거대한 힘에 알맞은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랬으면, 여기까지 못 왔겠죠. 그다음에는 어린 학생의 목소리가 묻히려는 걸 보았고, 인간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걸 보았고 자신의 힘을 방패로밖에 못쓰는 걸 보았죠. 그리고 그 역사는 진행 중이에요.”
수연의 말에, 내가 온 시간대의 작가와 언론과 지식인들은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나도 그 많은 소시민 중에 하나였으니까.
“그럼 진호 씨는 어쩌다가 작가가 되셨어요? 그 시대면, 신춘문예로 등단하셨단 말일 텐데 말이죠.”
수연의 말에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바라, 신문사마다 원고를 돌렸는지 말이다.
“저도 비슷한 이유였어요. 독재를 보았고, 청년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해서였고, 그로 인한 분노가 가장 최근의 이유예요. 아직도 사람들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퍼요. 은폐될 뻔한 것도 말이죠.”
수연은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이 시대에 와서, 그때의 시간이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있던 시간대에 가 살아내며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는데, 이곳에 오기 직전의 저는 왜 그렇게 소시민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저는 제 친구들과, 동료들과 지켜야 했던 약속을 왜 지켜내지 못했을까요. 저는 수연 씨가 기억하는 역사를 방관해 버린 사람이라 생각돼요.”
순간 내가 이곳에 오기 전의 시간에 몰입해 버렸다. 그렇다. 나는 역사를 방관하고, 현실을 외면했다. 정권과 자본에 의하여, 그깟 검열 때문에, 지금에서 나는 지금 정말 지질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근데 한 가지 신기한 게 있다면, 지금의 자유에서 내가 기억되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역사를 방관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수연은 나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일 뿐인데, 어찌하여 반역자로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는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까.
“왜 저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과연 지금부터 하실 말씀이 오로지 변명뿐일까요?”
수연은 나에게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진실되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래요. 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어요. 박정희가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국민들 위에 올라섰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기 시작했는지 말이에요.”
나는 그 시간의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일상은 계엄령이었어요. 군인들이 국민의 삶을 통제했죠. 그때에 세워진 기관, 들어보셨을 거예요. 국가재건최고회의라고.
“네 맞아요. 역사 시간에 들었던 게 기억나요.”
수연은 이미 이 이야기를 알 것 같았지만, 나는 그 이면에 있는 현실, 내가 처해있던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어요. 저와 함께 3.15 부정선거를 지켜보고, 거리로 나왔던 친구들, 동료들은 동숭동 거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어요. 아마 어딘가로 하나둘씩 사라진 것이겠죠. 제 곁을 떠나기 전까지, 펜을 놓기 전까지, 제게 소주 한 잔에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제 벗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들은 죄가 없어요. 죄가 있다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정치인들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듣기 싫은 소리가 옳은 소리일 때가 있다고요.
수연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랬다면, 진호 씨는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죠? 주변에서 함께 의견을 냈던, 열심히 외쳤던 이들이 떠나가면, 펜을 놓을 법도 한데 말이죠.”
수연의 말에 나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둘 떠올랐지만, 딱, 이 이야기만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펜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도 펜을 꺾고 싶지 않아요. 작가라는 일은, 신이 내린 형벌일지 축복일지 알 수 없어요. 다만,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는 거예요. 4월 19일의 시발점이 있었듯이요. 저는 그 기회를 붙잡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수연은 무언가 생각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에 살아보신다면, 그 꿈을 이루실 있으실 것 같나요?”
나는 수연의 말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 시대에 사는지에 따라 바뀌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모순적이다. 이 시대에 산다면, 내가 그 시간에서 못했던 말들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이미 지난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몰라도, 길거리에 군인이 있었던 나의 시간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자유로운 것 같았다.
“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환경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배경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날개를 달아볼 시간이었다.
“그럼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수연은 차가운 호기심을 내비치며 물었다. 수연의 입에서는 무슨 질문이 나올지 궁금했다.
“그대가 그 시간에 느낀 현실은 무엇이었나요? 그 시대의 사람을 만난다면, 꼭 묻고 싶었어요. 그때의 시선은 어땠을지 말이에요.”
수연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나에게 있어 그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저에게 그 시간은 공포와 은거와 잃음의 시간이었어요. 알음알음 들려오는 소문과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동료들은 저를 공포에 가두기 충분했어요. 그렇게 저는 은거를 하려고 했어요. 그냥, 이 서울을 떠나서 어딘가에 박혀서 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그럴 용기는 없고, 잃은 건 많았죠. 그렇게 망설이다가 보니 더 많은 걸 잃었던 것 같아요.”
수연은 나의 말을 듣고 무언가 연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밝은 전등이 들어온 것 같은 수연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작가가 되기 전, 그리고 되고 나서 느낀 점이 있어요. 아직도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또 많은 일과 맞닥뜨리게 될 거라는 것. 그 일을 내가 다 커버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저는 제가 본 것들에 대해서는 참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기서 반전은 그 일들만이라도 제가 다 짊어지지 못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수연의 말에서는 후회 깊은 깨달음이 새어 나왔다. 수연은 자신이 진 가방의 무게를 자신이 온전히 짊어질 수 없다는 걸, 그 가방을 든 지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 가방의 무게가 자신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심정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진호 씨는 작가가 되고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수연은 나에게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채로 물었다. 무언가 깨달음이 떠오르기 전에 그 간질간질한 상태 같아 보였다.
“저는 학교에서 배웠던 민주주의와 현실이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분명히, 저에게도, 이상적인 순간이 있었겠지만, 제가 있던 시대는 저를 이상에 살지 못하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고, 맞서보았고, 그렇지만 문인이 된 이후의 저는 현실에 쪼그라들어버린 것 같아요.”
나의 말에 수연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눈동자에 힘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걸었던 길에서 이런 걸 느꼈어요.”
수연은 나의 말이 끝나고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때, 수연의 눈에는 영혼이 다시 깃들었다.
“첫 번째로 느낀 건 생각보다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게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세상은 재미를 원했고, 자기들만의 사상으로도 벅찬 세상에서 제 사상 따위는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드디어 첫 작품을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글에서 저를 지워야 했으니까요.”
수연의 눈동자에는 바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위해서 글을 썼는데, 그것을 포기해야 했던 이 문학소녀는 얼마나 자괴감이 들고 힘들었을까.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나는 수연의 말이 묻고 싶은 게 생겼다.
“무엇이죠?”
수연의 반응에 나는 조금 긴장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옛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2024년, 지금 이 순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나는 진심으로 지금의 상황을 알고 싶었다. 내가 이 사실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이 모든 이야기를 잊어야 하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무슨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듣고 그러려니 해주세요. 일단 지금은 20대 대통령인 윤석열이 집권 중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 이전에도 좀 다양한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 대통령은 임기동안에 제가 느낄 만큼의 일이 있었어요. 일단 수험생이었던 제게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고난도 문제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그때의 학력고사 같은 시험에서 배제시켜 버렸어요. 그게 몇 년 뒤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었어서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했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어린 학생의 풍자를 부정적이게 봤던 일도 있고, 나라 경제를 박살내고 있는 것도 있죠.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지지율은 바닥을 쳤고요. 참 신기한 일이에요. 이전에 있던 탄핵 이후에 두 번째 탄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탄핵이라니. 내가 있던 시간에는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해도, 탄핵이라니. 어찌 보면 지금은 그나마 평화로운 시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있던 때에는 다 같이 들고일어났을 때, 국민들을 다치게 했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는데,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하였는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 아마 수연은 더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추측도 내 머릿속 한편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작가인 우리는 그동안 이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했을까요.”
나는 내가 말해두고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연도 고민을 시작했다. 우리의 해는 이렇게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