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는 똥밭에서 뒹군다

이봐요. 니 개가 싼 똥은 너가 치우세요!

by 골방지기

"시루, 산책할까?"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아지 시루는 벌떡 서서 두발을 동동거리며 좌우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신나 한다. 하루 중 가장 오랫동안 직립보행을 하는 시간이다.


시루가 우리 집에 온지도 두 달이 지났다. 태어난 지는 4개월이 넘었다. 20년 가까이 반려견을 키워온 친구가 사회성이 생기는 2~3개월부터 꼭 산책도 하고 밖에 나가야 한다고, 설령 의사들이 안된다고 해도 꼭 개와 인간의 사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도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수의사 선생님은 접종 마치기 전까지 보호자가 안고 산책하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수의사들은 집안에 머물면서 병에 안 걸리는 것을 우선 고려한다는 개통령님의 말을 믿기로 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나서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은 시루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3차 접종 후에는 다른 개들이 없는 넓은 인도의 블록 바닥에 내려놓고 산책하는 연습을 조금씩 하였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무서워서 발을 디디지도 못하였다. 바닥에서 떨면서 다리에 매달렸고, 망부석이 되어 굳어 버렸다. 시루가 발을 떼기까지는 이주일이 넘게 걸렸다.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옆에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같이 걷는 개가 거리를 조절해가면서 산책을 즐기기 시작하니 이제야 산책길 주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을 때도 항상 다니던 산책길이었다. 그때도 이곳저곳 산책을 할 때면 사람 똥인지 개똥인지 헷갈릴 정도의 큰 똥을 싸놓은 걸 보면서 얼굴도 모르는 견주를 욕했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보호자의 매너와 시민의식을 욕했고 돌아다니는 동네 개들을 모두 산책길에 나뒹구는 큰 똥의 주인쯤으로 보고 인상을 찌푸렸었다.


강아지와 함께 걸으니 강아지의 시선이 닿고, 발이 닿는 곳에 나의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루가 보도블록을 벗어나서 화단 테두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 깨달았다.


'이곳 화단은 꽃밭이 아니라 개똥밭이었구나!'


화단 안쪽으로 들여다보면 한걸음을 뗄 때마다 개똥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개의 목줄을 끌어당겨서 화단 밖으로 나오게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견주들이 억울해한다. 항상 어디서든지 몇몇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다. 나도 시루와 산책을 시작하면서 항상 목줄을 채우고 다니고, 산책 가방에는 항상 물병과 배변봉투, 휴지가 상비되어 있다. 시루가 싼 똥은 배변봉투에 넣어서 집으로 가지고와 처리한다. 흔적은 물로 씻어 내린다. 그게 특별하지도 않은 지극히 상식적인 배변처리법이고, 초보 견주인 나는 충실히 따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시루와 산책을 시작했다. 한 여성이 작은 몰티즈를 끌고 멀찍이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다 강아지가 똥을 싸니 주머니에서 뭔가 비닐을 꺼냈다. '아, 배변봉투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손에 비닐을 씌웠다. 위생장갑이었다. 그러고는 손으로 똥을 집어서 화단으로 던졌다. 장갑은 뒤집어 벗은 후에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비닐'이라고 쓰인 커다란 포대자루에 넣고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꽃밭을 똥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1인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울분도 치밀어 오르고 개 키우는 입장에서 부끄러워졌었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저런 사람을 떠올리면서 인상을 쓰겠구나.'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산책을 나가는데, 이번엔 한 모녀가 작은 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곧 화단 옆에서 개가 배변을 하자 멀뚱 거리며 핸드폰만 보던 모녀가 보여준 행동은 일전의 몰티즈 견주보다 더 끔찍했다.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서 가는 나뭇가지를 두 개 부러뜨렸다. 그러고는 그 가지들을 젓가락처럼 들고 길바닥의 똥을 주워 또 화단으로 던졌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사용한 나뭇가지도 같은 장소에 던졌다.


'뭐하세요? 멀쩡한 나무를 왜 꺾으세요? 똥은 왜 화단에 던지시는 거예요? 이거 불법인 거 아세요? 신고할 거예요!!'라고 큰소리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극소 심의 INFP인 난 눈으로 아주 심한 욕을 던지면서 옆을 지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연속으로 그런 모습을 보고, 똥으로 뒤덮인 화단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하나 깝깝해졌다. 마침 뉴스에서는 8살짜리 남자아이를 사냥하듯 물어버린 개의 기사도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단속은 어렵다고 해도 펫티켓이라고 불리는 반려 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예절은 이미 관련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통제하지 못한 인간의 잘못이었다. 반려견 사건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가관이었다. '개 주인은 어디 가고 개만 다니냐?', '개 키우는 사람들은 집에서나 키워라', '왜 개를 데리고 나오냐?', '개목줄을 왜 길게 늘어뜨리고 다니냐! 모든 개는 입마개를 해야 한다.', '내 개는 안 문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냐.'


이런 반려견을 바라보는 혐오는 일부 견주들이 스스로 불러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개는 착해요', '내 개는 안 물어요', '어차피 똥은 거름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개를 먹냐?' 등등등..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선을 넘는 이기적인 행동과 변명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를 일으켰다. 흡연자들에 대한 혐오도 마찬가지고, 맘충이라고 부르면서 엄마들을 비하하는 것도 그렇다.

내가 싫어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타인의 취향에 대한 배려도 해야겠지만 우선은 내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함부로 뛰어다니지 않게 교육해야 하고, 내가 키우는 개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흡연을 할 때는 그 연기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심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시루의 산책 가방을 마련했다. 작은 크로스 백 하나에 배변봉투 캡슐과 여행용 휴지, 비상시 사용할 여분의 위생봉투를 넣어두었다. 나부터 사소하지만 너무나 기본적인 펫티켓을 장착했다. 많은 사람이 아무리 작은 에티켓이라도 지키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가지기 위해 마음을 열어본다면 요즘처럼 뉴스가 빡빡한 시기에 혐오가 낳는 '충(蟲)'정도는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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