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자라는, 봄

발코니 텃밭 기록 (1)

by 골방지기

요 며칠 한낮의 기온이 20도가 넘고 있다. 불과 4월 초까지도 눈발이 날렸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갑작스럽게 기온이 올라갔다.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11월 중순까지 2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다가, 하루 이틀 사이로 첫눈이 내렸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급격하게 찬 물과 뜨거운 물을 오가다니, 지구도 갱년기인가?


몇 주 동안 흙 속에서 꿈적도 않던 대파와 안개초는 싹이 트자마자 매일 눈에 띄게 자라고 있고, 오늘 아침엔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저번 주에 씨를 뿌린 바질과 페퍼민트에서도 금세 싹이 돋았다.

열매가 열리는 모종은 완전히 추위가 물러가야 잘자란단다. 진짜 봄이 되길 기다리다가, 어제서야 시장에서 모종을 사다 심었다.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 애플수박, 방울토마토, 오이는 바퀴 달린 커다란 텃밭 화분에,

고추와 파프리카, 딸기, 부추는 낮은 고정된 화분에 나눠 심었다.

우유부단하고 결정장애 있는 나는 심는 내내 걱정투성이었다.

'너무 빽빽하게 심었나?', '흙을 너무 두껍게 덮었나?', '고추 옆에 부추를 심어도 될까?'

이런 고민들을 마음에 한가득 담고서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오늘 새벽,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쌀쌀한 아침 기운에 눈을 떴다.

창밖엔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제일 먼저 걱정이 앞섰다.

처음 텃밭을 시작했을 때, 욕심 부려 4월 초에 일찍 모종을 심었다가 절반이 냉해를 입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급히 나가 살폈다. 다행히 어제 오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비는 하루 종일 내렸다.


오후에 잠깐 비가 멈췄을 때 발코니 텃밭 친구들(이제는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가장 반가운 친구들이다) 상태를 보러 나갔다. 놀랍게도 단 하루 밤 사이, 잎에 눈에 띄게 잎이 많아지고 줄기에는 꼿꼿해졌다.

봄비는 식물들에게 영양제라도 되는 걸까?


봄이 오면 추위에 잔뜩 굳어있던 땅에 햇살이 들고 비가 내린다.

햇살은 땅을 녹이고, 비는 씨앗이 자라도록 물과 양분을 건넨다.

땅속에서 조용히 자리 잡은 씨앗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내민다.


무엇이든 자라게 하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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