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 사랑

사랑을 실감하는 때가 있다.

by Walter

사랑의 순간을 실감하는 때가 있다.

아프거나 다쳐 옴짝달싹 못하거나

속이 꽉 막혀

밤새 구역질을 할 때.


하루종일 투닥거리던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한사코 머리맡에 앉아 물수건을 얹어주고

홀로 밤을 밝히는 땀방울을 볼 때면

나는 이윽고 후회 가득한 주마등을 켠다.


우리 모두 가장 깊은 사랑이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음을 안다.

사랑을 실감하는 순간은 곧,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나는 줄곧

사랑을 실감하지 못해도 좋다.


내 그림자가 당신의 얼굴에

그늘지지 않길 기도하면,

당신의 언성은 새소리가 되고

당신의 투정은 이윽고 사랑스럽다.


아프고 나서야 당신의 보살핌을 깨닫고

무너지는 삶 속에야 당신의 소매를

아득히 부여잡고 있는 어린 나를 본다.


당신께 가장 깊은

숨어있던 그 사랑을 꺼내놓아야겠다,

당신이 언제든 바라보고 만질 수 있게.


언젠가 나의 그림자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전에.

당신이 후회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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