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감하는 때가 있다.
사랑의 순간을 실감하는 때가 있다.
아프거나 다쳐 옴짝달싹 못하거나
속이 꽉 막혀
밤새 구역질을 할 때.
하루종일 투닥거리던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한사코 머리맡에 앉아 물수건을 얹어주고
홀로 밤을 밝히는 땀방울을 볼 때면
나는 이윽고 후회 가득한 주마등을 켠다.
우리 모두 가장 깊은 사랑이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음을 안다.
사랑을 실감하는 순간은 곧,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나는 줄곧
사랑을 실감하지 못해도 좋다.
내 그림자가 당신의 얼굴에
그늘지지 않길 기도하면,
당신의 언성은 새소리가 되고
당신의 투정은 이윽고 사랑스럽다.
아프고 나서야 당신의 보살핌을 깨닫고
무너지는 삶 속에야 당신의 소매를
아득히 부여잡고 있는 어린 나를 본다.
당신께 가장 깊은
숨어있던 그 사랑을 꺼내놓아야겠다,
당신이 언제든 바라보고 만질 수 있게.
언젠가 나의 그림자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전에.
당신이 후회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