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색

사랑, 하고 중얼거리면 입술이 멈추곤 합니다.

by Walter

사랑, 하고 중얼거리면

입술이 멈추곤 합니다.


뭉툭한게 닫힌 마음 한 구석을 쿡쿡 누릅니다.


우리 사랑엔 이따금 색이 있었습니다.
반달 모양 미소짓는 입꼬리엔 늘 싱그러운 초록빛이 맴돌았고


활짝 웃을 땐 참, 온 세상이 개나리 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슬픔을 나누려 껴안을 땐 내 속의 따스함을 다 가져가길 바랐고


이따금 손 데일 듯 발그래진 시간이 지나면
손깍지 사이엔 새벽 어스름과 해질녘 노을빛이 담겼습니다.



그때의 우린 행복했을까요?



어느새 나 자신의 색 조차 모른채
급한 맘에 양동이를 쏟아 부으려 팔을 치켜들곤 했습니다.

나와 같길 바랐던 그때의 우린
무엇이든 상관없을 만큼 새하얬고
어느새 감당되지 않을 만큼 검어졌습니다.

검게 물든 모습에 양동이를 내려놓았습니다.
하얀 눈물방울도 검은 도화지를 돌려놓지 못했습니다.

당신께 건네고픈 색이 많았습니다.
전하고픈 말도 나누고픈 온기도 그대로지만
이제는 한없이 여린 나의 욕심을 깨닫습니다.

빛이 바랜 우리의 그림은
어쩌면 지금 이대로 좋아보입니다.

당신의 붓질을 위해 남겨둔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는 내 안의 커다란 구멍은
이제는 나의 색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해 준,

고마운 당신께.

작가의 이전글그늘 속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