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표정은 한껏 맑음.
납골당 그 자리에는 20년째 할아버지 얼굴 사진이 걸려있다.
브라운 색이 들어간 안경에 포마드 스타일로 단정히 빗은 스타일.
우리 할머니가 첫눈에 반할 만도 하다.
할아버지는 기관사 일을 배워 혈혈단신으로 자식 다섯을 먹여살렸다.
바닷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느라 유도도 잘하셨다.
8살 내 기억 속 할아버지는 같이 손잡고 놀이터에 가 그네를 태워주시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정리를 알려주는 멋쟁이셨고,
어머니께는 아침마다 머리를 따주고 공기놀이를 알려주는 친구셨다.
할아버지의 옅은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한 사진은 어떨 때는 웃었다가, 또 어떨 때는 엄한 모습이다.
슬픈일이 있을 때 뵙는 사진 속 할아버지는
토닥거림을 주고
나태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땐
머릿 속에 꾸짖음을 주기도 했다.
오늘 할아버지 표정은 어느 때 보다 밝았다.
밝은 미소를 보며 머쓱히 말을 걸었다.
취직도 하고 부모님도 건강하지만 여전히
살아간다는 게 쉽진 않네요, 하고선.
포근한 국화 향 때문인지,
슬며시 빗발치는 눈발 때문인지.
마주 짓는 내 울상은 조금 투정부려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