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자들과 병든 자들

by We Young

예수의 일행이 가다라 지방을 지날 때였다. 흉측하게 생긴 사람 둘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서 길을 막고 있었다. 그들의 옷이 다 찢어져 있었고 눈은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제자들이 돌아서서 뒷걸음치며 예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귀신 들린 자들 같습니다. 위험하니 다른 길로 가시죠.”

하지만 예수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더니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너희가 내가 누구인지 알 터인데 어찌 길을 막고 있느냐!”

그러자 그들이 무릎을 꿇고는 절규하며 외쳤다.

“하늘의 아들이여, 우리가 무슨 죄를 저질렀으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네놈들이 아무 값도 없이 사람의 몸을 빌려 살면서 정작 나가라고 하니 괴롭다고 하소연한단 말이냐?”

그들이 더욱더 절규하더니 지나가는 돼지 떼를 가리키며 호소했다.

“하늘의 아들이여, 쫓아내시려면 차라리 우리를 저 돼지 떼에 들여보내 주시오.”

이에 예수가 그들에게 “가라!”하고 외쳤다. 그러자 귀신 들렸던 자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지나니 제 정신이 돌아왔는지 자기 몸을 보면서 어리둥절하였고 돼지 떼들은 귀신이 들렸는지 미쳐 날뛰었다.

그날 다 같이 저녁을 먹을 때 제자 하나가 예수에게 물었다.

“이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도처에 귀신 들린 자들과 병든 자들이 많은데 왜 그런 것입니까?”

제자의 질문에 다른 제자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의 대답을 기다렸다.

예수가 제자들을 향해 대답했다.

“그것은 지금의 때가 말세이기 때문이다.”

“네? 말세이기 때문이라고요?”

“그렇다. 말세란 메시아가 지상에 나타나서 사탄의 때가 끝나고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는 때를 말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저세상의 영들이 구원받고 싶어서 지상에 너도나도 내려와서는 후손에게 올라타는 것이다. 후손이 메시아를 통해 구원받을 때 자기도 같이 구원받으려고 말이다. 후손에 올라탄 영 중에는 선한 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한 영도 있는 것인데 이 악한 영이 후손을 괴롭히는 것이다. 귀신 들리고 병드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는 것이다.”

“선생님, 악한 영들도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햇빛은 선한 자이건 악한 자이건 공평하다. 구원도 그러하니라.”

“선생님, 그런데 왜 악령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천국을 가려면 자기가 올라탄 후손이 메시아를 따르게 해야만 한다. 그런데 지상에서 악인으로 살다 간 영들이 할 줄 아는 게 무엇이겠느냐?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이란 사람 때리고 괴롭히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 그러니 악령은 후손을 괴롭혀서라도 메시아를 만나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낮에 본 귀신 들린 자들을 생각해 보아라. 옷이 다 찢어지고 몰골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악령 중에서도 아주 악한 영이 들려서 그런 것이었다. 그런 악령도 구원받겠다고 후손에게 올라탄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내쫓긴다고 하니 메시아가 왔어도 발악하지 않더냐.”

참으로 놀라운 말에 제자들이 입이 떡 벌어지며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례 요한이 잡혀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례 요한이 잡혀갔다며?”

“그렇다네. 그런데 한때 세례 요한을 따라다니던 예수라는 자가 다시 무리를 모아서는 세례 요한이 했던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하더구먼.”

“그도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고 하던가?”

“그렇다네. 그런데 한가지 세례 요한과는 다른 점이 있다네.”

“그게 무엇인가?”

“그가 귀신 들린 자는 귀신을 내쫓고 병에 걸린 자는 병을 고친다고 하더구먼.”

“귀신 들린 자와 병든 자를 고친다고? 그거는 세례 요한도 못 했던 일인데 그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그 같은 일을 한다는 말인가?”

예수는 갈릴리 전역을 두루 다니며 전도 활동을 했다. 귀신 들리고 병든 자들을 고쳐준다는 것이 소문이 난 이후부터는 예수 일행이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제자들은 몰려나온 사람들을 회당으로 인솔하였다.

회당에 사람들이 모이자, 예수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여러분은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는 말씀을 들었으나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겠소.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여러분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만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겠소? 또 여러분이 자기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오?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오?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여러분도 온전하여야 합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말씀을 사람들이 경청하며 어떤 이는 감명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알쏭달쏭 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어떤 이는 빨리 자기 병이나 낫게 해달라는 생각에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드디어 귀신 들리고 병든 자들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제자들이 아픈 자들을 줄을 세우자, 회당 밖에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예수는 그들의 머리에 손을 대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귀신 들려서 미친 소리하던 사람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아프다고 끙끙대던 사람이 멀쩡해진 자기 자신에 놀라며 감격했다.

한편 사탄의 부하들은 예수의 전도 활동을 보면서 우려하기 시작했다.

“사탄이시여, 예수가 갈릴리에서 전도하여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고 하옵니다. 이러다가 이스라엘 민족이 다 그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이 되옵니다.”

사탄은 부하의 힘 빠진 소리에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잘 들어라. 믿음이란 마치 바위와 같은 것이다. 바위는 단단해서 웬만큼 두드려서는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그마한 균열이라도 있으면 그 틈에다 못을 박아 망치로 두드려보라. 그 단단하던 바위도 두 조각이 나면서 깨지고 마는 것이다. 인간들의 믿음이 이와 같은 것이다. 그들이 지금은 예수의 말을 바위같이 단단하게 믿는 듯이 보여도 어느샌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기게 되면 그것이 큰 균열을 일으켜 여지없이 깨지게 마련이다. 이 민족이 수천 년간 선지자들을 잡아 죽였던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예수가 아무리 하늘의 아들이라고 해도 인간들의 그 습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믿음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그것을 더욱더 흔들어 그 믿음을 두 쪽 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예수는 사탄의 계략을 잘 알고 있었다. 인간들의 믿음이 얼마나 약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백성의 마음이 견고하고 단단해지길 바랐다. 하지만 말씀만으로는 부족했다. 세례 요한이 십여 년간 쌓아놓았던 기반까지 한꺼번에 빨리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택한 것은 귀신 들리고 병든 자들을 고치는 것이었다. 병든 자를 손만 얹어도 낫는다는 소문은 아주 큰 효과를 발휘했다.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몰려온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이 말씀보다는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 왔을 뿐 메시아의 말씀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예수가 행했던 능력을 매도하는 자들이었다.

어느 날 예수가 귀신 들려 눈멀고 말 못 하는 사람을 치료하여 말도 하고 앞도 보게 되었다. 무리가 다 놀라 말하길 “이런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이 사람이 다윗의 자손인가 보다!”라고 하자, 이에 성경을 좀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이 옆에서 듣고는 말했다.

“이 자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지 않고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니라.”

그러자 예수가 개탄하며 말하였다.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면 그것은 사탄이 사탄을 쫓아냈다는 말인데, 그것이 말이 되느냐?”

예수는 자기들을 치유해 주러 온 사람에게 이렇듯 배신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분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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