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의 죽음

by We Young

“안디바, 그자를 잡아다만 놓고 왜 그냥 놔두고 있는 것이에요? 빨리 처형을 하지 않고.”

헤로디아의 재촉에 안디바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헤로디아, 좀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요. 아무리 왕이라도 죄인을 재판도 안 하고 무조건 처형시킬 수 있소? 그리고 저 세례 요한이 보통 사람이요? 비록 잡아 오기는 했으나 아직도 그를 따르는 무리가 상당하고 또 그의 집안도 유대에서 이름있는 명문가인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오?”

안디바의 말에 헤로디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안디바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헤로디아에게 신중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 사실 그는 세례 요한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세례 요한을 궁으로 불렀다.

“그대는 어떤 인물이기에 하늘의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이오?”

듣고 있던 세례 요한이 안디바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것이 궁금하여 나를 잡아들인 것이요? 내가 궁금하면 나의 말씀을 들으러 올 것이지 나를 잡아 가둬놓고 무엇을 얻으려 함이요?”

안디바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죄인이 왕 앞에서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더욱더 흥미를 느꼈다.

“듣던 대로 용기 있는 인물이구려. 그러니 이 민족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 회개하라!’면서 외쳐댄 것이겠지. 하하하.”

안디바가 주위의 신하들을 보면서 웃자, 신하들도 같이 웃었다.

이날 이후부터 간간이 세례 요한을 불러서는 좌담을 하곤 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안디바는 세례 요한이 국가를 전복하거나 반란을 일으킬만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세례 요한에게 흥미를 느낀 그는 세례 요한이 감옥에서 자유로이 면회가 가능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스승을 면회 오곤 하였다.

어느 날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감옥을 찾아왔다.

“어머니, 어떻게 알고 여기를 다 찾아오셨나요?”

세례 요한은 놀란 표정으로 어머니를 반겼다.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감옥에 잡아넣었더냐?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어머니, 금방 풀려 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례 요한은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머니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전에 종에게서 들었던 예수의 사연이 떠올랐다.

“어머니, 왜 예수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내용을 저한테 숨기셨나요?”

엘리사벳은 아들의 질문에 체념하듯 지나간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마리아가 잉태한 아이가 장차 세상을 구원할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이며, 자기가 잉태한 요한은 그를 예비할 인물이 된다는 것까지. 그러자 세례 요한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예수가 다윗의 사명을 이어받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제가 그의 길을 예비하는 사명을 타고났다는 말이…”

“그래, 요한아. 이제 와 내가 무엇을 숨기겠느냐?”

세례 요한은 예수가 메시아임이 사실이고 지금까지 그 메시아를 위해서 자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머니, 예수의 생부는 누구입니까?”

엘리사벳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러자 세례 요한이 눈을 크게 뜨고 엘리사벳을 다그쳤다.

“어머니, 아버지가 예수의 생부인 것이 맞죠?”

엘리사벳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세례 요한은 이제야 모든 비밀을 알 것 같았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왜 예수를 찾았는지도. 그것은 예수가 메시아의 사명을 갖고 태어났으며 자신은 그의 앞길을 예비하는 사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예수라는 이름을 두번이나 되뇌인 것은 이 모든 것을 아들에게 깨우쳐 주려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세례 요한은 예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예수를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도대체 예수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메시아란 말인가?’

하루는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예수 선생님, 우리 요한 선생께서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까?’하고 물으시더이다.”

예수는 아직도 의심하는 세례 요한에 대해 분노하여 큰 소리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너희 선생에게 알리거라. 눈먼 사람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말씀이 전파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라고 하거라.”

그들이 떠나고 나자, 예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제자들 앞에서 요한의 잘못을 지적했다.

“세례 요한이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러 갔더냐?

성경에 기록된 대로 메시아의 앞길을 예비하리라 하신 것이 세례 요한에 대한 말씀이니라. 그러므로 이 사람이 그 어떤 선지자보다 나은 사람이니라. 허나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더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이가 없도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

예수는 끝까지 불신으로 가고만 세례 요한에 대한 분한 마음과 원통함으로 괴로워하며 등을 돌려 장막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헤로디아는 안디바가 세례 요한을 처형하지 않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그를 간간이 불러서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 더욱 괘씸하게 느껴졌다.

‘음…꼴을 보니 안디바가 저 세례 요한을 스승으로 모실 기세로구먼. 이대로 가만히 볼 수만은 없지.’

헤로디아는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 살로메를 불렀다.

“살로메야, 며칠 후에 궁에서 큰 연회가 열릴 것이다. 너는 그때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네, 어머니.”

헤로디아는 딸과 함께 계략을 꾸몄다.

며칠 후 궁에서 안디바와 수십 명의 왕족들이 모이는 연회가 열렸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여보, 살로메가 당신을 위해 춤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헤로디아의 말에 취기로 얼굴이 벌건 안디바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 그래? 어디 살로메의 춤을 봅시다.”

살로메가 춤을 추기 위해 등장했다. 살로메의 등장으로 모인 사람들이 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한 화장과 속이 훤히 비치는 야한 옷을 입고서는 사람들 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악사가 곡을 연주하자 살로메는 온갖 이상야릇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모두가 흥미로운 듯이 이 희한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취할 대로 취한 안디바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그런데 살로메에게서 풍기는 향이 안디바를 더욱 몽롱하게 만들었다. 살로메가 안디바에게 다가올 때마다 그 향은 그의 코끝을 찔렀다. 마치 살로메는 안디바의 정신을 뺏으려는 듯 그의 앞에서 더욱더 강하게 몸을 흔들었다. 춤이 끝났을 때는 이미 안디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마치 환각 상태에 빠진 듯 혀 꼬인 말로 살로메에게 물었다.

“살…살로메야… 참으로 놀라운 춤이로다… 너에게 큰 선물을… 주고자 하니… 무엇이든지 말만 하거라.”

살로메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왕에게 대답했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제게 주십시오.”

순간,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안디바는 취한 눈을 크게 뜨려고 미간을 찌푸리며 살로메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안디바는 살로메의 말을 듣고도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정신이 왔다 갔다 하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안디바가 꼬부라진 혀로 떠듬떠듬 묻기 시작했다.

“세…세례요한의…목을…달라?”

그러자 살로메가 얼굴을 들어 눈을 크게 뜨고 강하게 대답했다.

“네, 그러하옵니다.”

그때 또다시 살로메로부터 강한 알 수 없는 향이 안디바의 코끝을 자극했고 그의 정신을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게 했다. 그는 속으로 이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강한 힘에 끌려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그리고서는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지난밤 무슨 짓을 한 건가?’

안디바가 자고 일어나니 지난밤의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자신이 살로메의 청을 들어주어 세례 요한의 목을 베라 한 것도 기억났다.

그는 머리를 쥐고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헤로디아가 살로메를 시켜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는 세례 요한을 죽이게 하였구나.’

이 모든 것이 헤로디아의 계략임을 깨달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버렸다.

세례 요한의 죽음은 삽시간에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소식을 듣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예수는 세례 요한의 제자들로부터 소식을 듣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는 혼자 조용한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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