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by 겨울

석 달이나 알고 지낸 친구의 나이를 모르는 것처럼 일 년 가까이 소식만 지켜봤던 나는 그녀의 생김새도 나이도 이름도 몰랐다. 먼저 묻지 않아도 혹여나 만남 후에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다. 나이와 직업, 생각을 묻는 순서가 처음에서 나중으로 바뀌면 왠지 모를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마음은 편안해지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시애틀 웨스트레이크 역 근처의 신호등 앞에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 거다. 허리의 반 이상이 넘어가는 긴 머리카락과 굽이 낮은 짙은 노란색의 블로퍼를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큰 키가 눈에 띄었다. 너그러운 미소와 여유로운 걸음걸이는 그녀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맛있던 음식만큼이나 값비싼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겼다. 왜 시애틀에 잠시 머물게 되었는지 그녀는 내게 묻지 않았지만 나는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너그러운 아우라와 뭐든 격려해주는 따스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을까, 왠지 모를 편안함 아래에 놓인 기분이었다. 그렇게 호수를 눈앞에 두고 고요한 그곳에서 혼자 실컷 떠들어댔다. 이십여 분 지났을까. 반 정도 호수를 둘러본 후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엇갈림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파란 바다를 눈앞에 두고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옥상 대신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한 브루어리로 향했다. 하늘과 땅이 푸르러서 경계선이 어딘지 잘 모르겠던 좀처럼 보기 힘든 시애틀의 맑은 날이었다. 서로의 뺨과 어깨에 따스히 닿은 햇살과 적당히 차가운 바람의 완벽한 조화였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취향의 여섯 잔의 맥주가 앞에 놓였다.


오래 알고 지내기라도 했던 사람처럼 편했다.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한번 마주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