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과 꽃
요즘 부쩍 아내가 짜증이 늘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1학년 딸이 둘 다 고집을 세우고, 엄마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아내가 설거지를 하려다가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아이들과 나한테 한바탕 큰 소리를 낸 후 방문을 ‘쿵’하고 닫고 들어갔다.
영문을 몰라 내가 주방으로 가서 고무장갑을 꼈는데 아이들이 싱크대에서 장난을 쳤는지 장갑 속에 물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나름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더 이상 나무랄 수도 없었다.
나는 그 길로 조용히 집을 나와 고무장갑을 사러 집 근처 마트로 갔다.
마트 입구, 물이 담긴 빨간 고무 대야에
담긴 꽃들을 구경했다.
봄은 봄인가 보다.
예쁜 꽃들을 구경하며 꽃에 손이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손을 떼었다가를 몇 차례 반복한 후에 결국 꽃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와 간식거리들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와 아이들이 큰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고,
나는 조심스레 박스에서 꽃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내는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굳어있던 얼굴이 스르르 풀렸다.
“꽃은 예쁘네…
혼자 말없이 마트 갔다 오고…
근데 고무장갑은? “
“……”
“그럼 그렇지~ 꽃 이름은 뭐야?”
“나… 난 큐러스”
“응? “
”꽃이름이 라.넌.큐. 러. 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래…“
결국 그날 아침,
나는 고무장갑 없이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아내의 기분은
다시 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