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과의 조우
집으로 오는 길로 병원을 온 길과는 다른 좀 돌아가는 공원길을 선택했다.
왠지 고도로 자본화된 사회와 좀 멀어지고 싶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공원이라는 것도 자본주의적 도시 기획의 한 부분으로 생긴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도시가 형성되기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들이 존재한다.
땅에 박힌 볼품없는 바위 하며 몇 그루 되지는 않지만 5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들 말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이 있는 곳을 걷다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란 존재도 받아줄 곳이 있으리라 하는 안도감이 든다.
공원은 한가했다.
아니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나를 째려보는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한 마리와 갑자기 앞에 나타나 빠르게 지나쳐가 놀라게 한 청설모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이다.
공원은 야트막한 동산으로 되어 있었는데, 걷던 길이 지루해진 나는 포장된 길을 벗어나 땅에 떨어진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을 밟으며 나무사이로 걸었다.
공원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수명을 다한 나무의 잔해들이 나의 발에 밟혀 부서지며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것들이 부서지며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과 들리는 소리는 희한하게도 불안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그것들도 마침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이를 즐기며 천천히 동산의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두터운 난층운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육중한 구름이 무너지며 한순간에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순간 아찔했다.
평상시 아파트와 빌딩에 둘러 쌓여 있어서 몰랐을 뿐이지 장대하고 웅장한 하늘은 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 있었다. 그 모습에 압도당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회색 구름을 뚫고 빛이 쏟아져 내렸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여러 개의 직선이 모든 것을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빛은 나를 관통했다.
순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호흡은 가빠지고 눈앞이 검게 그리고 하얗게 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혈관 속의 피들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이것도 돌발성 난청의 또 다른 증상인가?!’그 뒤로 집에 어떻게 돌아왔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현관문 앞이었고, 얼마 동안이나 그 앞에 서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다잡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했으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누른 끝에 간신히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