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용님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의사는 선생님이란 존칭을 붙여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물론 그렇게 불릴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다.
“네, 저... 귀에서 소리가 나서요. 먹먹하기도 하고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오늘 아침부터 심해졌고, 이 삼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혹시 최근에 외국을 다녀오시거나 비행기를 탑승하신 적 있으신가요?”
의사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물어보았다. 병원에 와서 처음 느끼는 따뜻함 이였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와 미소에 경직되었던 나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아니요.”
“음... 자 가까이 와 보시겠어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좀 무거워지며 귀, 코, 목안을 들여 다 보았다. 목안을 들여다볼 때면 좀 난감 해진다. 충치로 인해 안쪽에 있는 거의 모든 이가 금으로 된 크라운으로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과거의 무절제함과 나태함을 고백하는 고해성사 같은 순간이다.
“지금 육안상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는데요. 자세한 것은 청력검사를 하고 다시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먼저 검사하시고 다시 진료를 볼게요.”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나를 진료실 밖으로 안내했다.
“잠시 여기 앉아서 대기하세요.”
청력 검사실이라고 쓰인 문 앞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이름이 불릴 순서를 기다렸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박귀용씨 검사실로 들어오세요.”
“자 이쪽으로 오셔서 이 방음실 안으로 들어가세요.”
검사실 방안에는 바닥 넓이가 일 제곱미터 정도 되는 방음 부스가 있는데 철로 된 커다란 관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 헤드셋 보이시죠? 먼저 헤드셋 착용해 주시고요. 착용하시면 헤드셋 안에서 삐 소리가 날 거예요. 소리가 들리시면 여기 이 빨간 버튼을 눌러 주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께가 한 뼘은 넘어 보이는 방음실의 두꺼운 문을 닫았다. 철저히 혼자가 된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었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고 소리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까지 멈춰 있었다. 마치 밀폐된 진공 용기 속에 보관된 남은 음식이 된 것 같았다. 다행히 방음실 한쪽 벽면에 두 뼘 정도 크기의 유리창이 있었다. 만약 그 마저도 없었더라면 나 홀로 지구에서 추방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두꺼운 유리창 건너편에는 방금 전 나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간호사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헤드셋을 착용하는 시늉을 했다. 내가 벽에 걸린 헤드셋을 착용하자 그녀는 책상 앞에 놓인 마이크에 이야기를 했다.
“박귀용씨 들리시죠? 들리시면 빨간 버튼 눌러주세요.”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검사실 안 책상 위에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창밖에 그녀는 나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자! 그럼 청력 검사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