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네가 이제 막 말을 배운 아이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그건 몇 년간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인 거야. 밖으로 향한 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있던 말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물꼬를 틀고 쏟아지기 시작한 거야. 모두 뱉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지. 미처 삼키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지. 그래서 참을 수가 없나 봐. 정화의 과정인 거야.
또 하나의 이유는 외로웠던 건 아닐까. 한 번도 외롭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사실은 너도 모르게 외로웠던 게 아닐까. 인간의 본능인 거지.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너는 지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잖아.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잖아. 사람들이 어디서든 결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는 게 조금은 이해가 가.
결국 사람은 사람 안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너는 참 혼자서도 잘 노는데 새삼 그런 생각이 들어. 결국 사람이란 어울려 사는 존재인 건가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걸 포기했는데 돌고 돌아 너는 지금 글을 쓰며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이것 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니까. 돌고 도는 세상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