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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ul 13. 2023

술의 위로

시인의 필체



술의 위로


한 잔의 술로 하루를 보상받는다면

그것을 뺏을 권리는 내게 없다.


기쁨과 슬픔을 술과 함께 나누고

술에 힘을 빌려 하루의 피로를 씻어 내고

술에서 위로를 찾는 이들 앞에서

나는 그 어떤 말도 보탤 수 없다.


술로 이겨내야 할 무게가

술로 떨쳐내야 할 무게가

그들을 진정 괴롭게 하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어떤 위로도 참견도 닿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멀찍이 떨어져 서 있다.


물을 채운 빈 잔으로나마

술잔을 기울이려는 것이야말로

기만이며 섣부른 위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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