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시
내 시계만 느리게 가고 있다고 느낀 적 있나요?
얼마 전 횡단보도 앞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어요.
마음이 앞서 차선을 밟고 있는 사람,
횡단보도가 아닌 찻길로 건너는 사람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유독 제 시계만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초록불을 기다리며 서 있는 그 시간이,
그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답니다.
바쁜 걸음들 속에서
바쁜 사람들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내 시계가 느리게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신기루, 몽상 같은 것.
나만 이 세상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홀연히.
그 속에 시간을 누리고 있는 자는
나 말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