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아무리 준비한다고 한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남길 수만 있다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한 가지 해야만 한다면,
저는 이 시 한 편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비워 왔지만
흔적은 이곳에 남겠지요.
남은 흔적은 그대에게 맡기겠습니다.
내 자취는 그런 것에 있지 않으니
그대를 괴롭게 할 것이 못 됩니다.
내가 남긴 것은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니
당신께 짐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은 언제든 털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나는 바랍니다.
그저 때가 되었을 뿐.
슬퍼하되,
그것이 당신의 남은 삶에서
전부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삶은 좋은 인생이었습니다.
이곳엔
내가 있었고
그대가 있었고
이 땅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우연이었으나,
나는 그 우연을 사랑했습니다.
나는 이곳을 떠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여기에 남습니다.
사랑도 이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