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어려서부터 물은 언제나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틀면 나온다'는 건
매 순간 생각지도 못하는,
그저 몸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물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많은 물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는 나에게 던지는 시입니다.
깨끗한 물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깨끗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생활을 한다면
깨끗한 몸을 씻지 마라
깨끗한 옷을 씻지 말고
우리의 토대를 이루는 흙을 쌓아 올리는 이들의
손과 땀을 씻게 하라
깨끗한 손을 씻지 말고
우리가 먹을 쌀을 땅에서 빚어 올리는 이들의
낮과 밤을 씻게 하라
깨끗한 얼굴을 씻지 마라
그 얼굴에 맺힌 땀이 그들의 흙보다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얼굴을 닦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깨끗한 물을 더럽히지 마라
깨끗한 물이 필요한 곳에 그 물을 나누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