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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야 Mar 11. 2021

브레이크가 왼쪽이더라, 오른쪽이더라?

험난한 초보 운전기


 10년 만에 다시 운전대에 앉은 날이었다. 며칠이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던 때, 도로 주행 합격 도장을 받은 이후 처음이었다. 안전 벨트를 채우며 내가 처음 했던 말. “브레이크가 왼쪽이더라 오른쪽이더라?”






 비상등을 켜고 동네를 몇 바퀴 돌다 처음으로 큰 도로를 나갔을 때였다. 10km 거리를 가는 데 무려 50분이 걸렸다. 큼지막하게 써 붙여 둔 “초.보.운.전” 표식 덕분인지 기적처럼 경적 소리를 듣지 않은 채 집에 도착했다. 내 단거리 마라톤(10km) 기록이 56분이니 주차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뛰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 운전대에 다시 앉고 싶지 않았다. 필요에 의한 운전도 아니었기에 이 핑계 저 핑계 게으름을 피웠다. 나란 사람이 그랬다. 내가 잘 못하는 분야는 일단 피하고 도망쳤다. 하지만 독촉에 능한 운전 선생님은 그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주말마다 한 시간씩 운전을 이어갔고, 마침내 오늘 40km 거리를 다녀왔다. 네비게이션이 예상한 시간과도 거의 일치했다. 



“어느 정도 속도를 맞춰서 달려야 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였다. 속도 규정은 시속 60km/h. 내 속도가 맞았다. 다른 차들은 단속 카메라만 지나면 80-100km/h의 속도로 달렸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차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엑셀을 더 세게 밟아야 했다. 떨리고, 무서웠다. 쌩쌩 지나치는 자동차들이 자꾸만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 



우직하게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가는 사람들
단단하고 속이 꽉 찬,
매일 자신의 한 걸음에 보람을 느끼는 이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자동차 뒤에는 여전히 ‘초.보.운.전’ 표식이 크게 붙어 있다. 그 덕에 나를 당황하게 할 경적 소리를 오늘도 듣지 않았다. 너그러운 마음들이 모여 더욱 안전 운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문득 누가 내 인생에도 그런 큼직한 표식을 하나 붙여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보.인.생’ 내 속도대로 잘 달리고 있으니 지나친 관심과 잔소리는 사양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나보다 더 크게 “초.보.운.전” 표식을 붙이고 40km/h 로 달리는 자동차를 추월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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