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지야 Jan 17. 2022

나의 10대에게 보내는 편지.

서른 중반에 보내는 편지

이야, 진짜 고생 많았다. 정말 진심으로 애썼어.

참 변화무쌍한 시간이었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네 인생에서

그 시기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는 일은 만나기 쉽지 않을 거야.

소속 뿐 아니라 감정의 낙폭도 무척 컸던 시기니까 말이야.


그 수 많은 흔들림 속에서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이렇게 10대를 졸업할 수 있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수고했어. 자랑스러워. 그 말 밖에는 달리 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다.


네 중학생 시절은, 살면서 가장 큰 상처를 지닌 시기가 될 거야.

그러나 죄책감은 갖지 마. 부끄러워 하지도 수치스러워 하지도 마.

그때 너의 행동은 모두 너를 위한거였으니까. 

그만큼 너 자신을 사랑해서 방황했던 시기도 길었던거니 괜찮아.

지나고 보면 다 별 일 아닐 거야.  


네 고등학생 시절은, 인생의 가장 큰 변환점을 얻은 시기였지.

그때 네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신 선생님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그때 만난 친구들에게도 물론이고.

학업에 있어 아쉬움은 남지만, 어쩔 수 없지. 그게 최선이었잖아.

그래도 그때 생긴 자기 효능감 덕분에, 너는 앞으로 더 잘 살게 되어 있어.

아주 단단한 모습으로 말이야.


선생님과 함께 양 쪽 다리에 걸어둔 단단한 모래 주머니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뚜벅 뚜벅 더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 주었어.

그래서 마지막 10대 시절을 보낸 대학생 때

비로소 그 모래 주머니를 벗어던지고 가뿐히 훨훨 날았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어.

네 고단했던 10년의 시간을 보상할 수 있을만큼.


고마워, 잘했어.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견뎌줘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는 보다 더 일찍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게.

남보다 나를 더 많이 아껴주고 돌봐줄게.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줄게.


고마워.

수고했어.

안녕, 나의 지난했던 10대여.



참여 중인 독서 모임 과제로 10여분 만에 뚝딱 쓴 편지글인데

울림을 느꼈다는 분들이 있어 기록 남깁니다.

나의 십대에게 편지를 보내보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온전히 내 편일거라 믿었던 'I'의 배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