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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Aug 05. 2023

브런치를 하며 생긴 습관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습관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몇 가지의 습관을 갖고 있지만, 그 습관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시작점이 명확한 습관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가족이 집에서 들고 날 때 현관문 앞에서 인사하는 것'이다. 고 이윤기 작가의 책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작가는 평생토록 단 한 번도 자녀가 집을 들고 날 때 침대에 누워 있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늘 현관문 앞까지 나가서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고, 잘 다녀왔느냐고 마중했다고 했다. 그날부터 나도 그 습관을 따라서 실천하고 있다. 밥을 하다가도 달려 나갔고, 심지어 화장실에 있다가도 달려 나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날인가부터 딸도 내가 들고 날 때면 현관 앞에서 마중하고 배웅한다. 그 순간이 행복하다. 역시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것을 실감했다.  


두 번째는 '쾅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닫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책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역시 확실한 기억은 아니다. 어느 날, 스님은 급히 문을 열고 나가다가 문에서 쾅하는 소리가 울렸고 은사스님께 꾸지람을 들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쾅 소리 나도록 문을 닫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책을 읽은 후, 나도 쾅 소리가 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지만 완전히 몸에 배지는 않았다. 뒤에서 쾅 소리 들려서 뒤돌아 보며 반성할 때가 간혹 있다. 급할 때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으면 무심코 문고리를 놓아버리는 것이다. 은사스님이 가르쳐주고자 했던 것이 '소리 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사에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자신의 언행을 살펴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신발을 벗고 섬돌 위에 올라설 때 조고각하(下), 발밑을 살펴보는 것처럼 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읽고서였다. 그는 아무도 의뢰하지 않은 설계를 스스로에게 의뢰하고 준비했다. 의뢰자가 없으니 당연히 돈을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 '10미터가 넘는 드로잉을 반년 이상에 걸쳐 그리고, 사무소에 놓아둘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모형을 몇 개나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 시간이 그를 성장시킨 것은 물론, 설계를 공부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갱년기로 인해 불안하고,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글로 쓴다면 나를 성찰할 수 있고, 지금 혹은 앞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을 들려준다면 나의 딸을 비롯한 청년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동안 시선은 줄곧 나를 향해 있었다. 내 생활을 살피고 내 몸과 마음을 살폈다. 나의 지나온 시간들을 더듬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토록 유심히 나를 살핀 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서 나를 향해 있던 좁은 시선이 조금씩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과 나를 둘러싼 생활공간까지 관심을 갖고 자세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컵 속의 날파리나 장맛비를 맞은 초록의 개나리, 골목길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 평소 같았으면 스쳐 지났을 것들이 글감이 되었고, 작은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말대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서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 가진 것은 없어도 뭔가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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