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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Aug 11. 2023

염라대왕 앞에 섰을 때

나를 향한 질문

'나만 알고 있고 싶은 좋은 곳 혹은 좋은 것'은 혼자만 알기 힘들다. 왜냐하면 좋은 것(혹은 좋은 곳)은 누군가와 나누고 싶고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가 발견한 좋은 곳 가운데 하나가 '화담숲'이었다. 이미 유명한 곳이지만 나는 일 때문에 지난해 처음 가보았고 그대로 반해버렸다. 너무 좋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친구들과 가고, 또다른 친구들과 또 가고, 얼마 전에는 스케줄 맞추기 힘든 후배와 또 다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담숲의 봄과 여름밖에 보지 못해서 그곳의 가을과 겨울이 몹시 궁금하다. 


내가 화담숲에 이토록 반한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숲 때문이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림자마저도 아름다웠다. 두 번째는 주막에서 파는 '파전'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파전 중에 단연 최고였다. 물론 기름진 파전을 싫어하는 나의 입 기준이다. 담백하고 깔끔했다. (1시간 가량 숲길을 걸은 다음이었기에 맛이 더 좋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어쩌면 이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담숲을 만든 화담 구본무 회장을 기리는 비문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내가 죽은 뒤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말이 생각났다. 수많은 채소를 우리 토양에 맞게 개발했던 우장춘 박사는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었다.

"푸성귀만큼 먹기 좋게 만들어두고 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을 바쳐 진심으로 노력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훗날 내가 염라대왕 앞에 섰을 때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을 위해 하나쯤 잘한 일이 있노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자신이 없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죽어서 저승에 가면 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첫째,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둘째, 자신의 삶이 다른 이를 기쁘게 했는가? 
 


더 늦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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