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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Sep 23. 2023

Before & After

달라지는 즐거움

무엇이 인생을 결정할까? 성격, 외모, 능력, 집안, 학벌 등등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만 손꼽는다면 단연 '행동'일 것이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에 의해서 인생은 달라진다. 


'말로만'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다. 말로는 늘 계획과 도전이 넘쳐나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서 별명이 '말로만'이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것은 '뭔가를 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할 때 비로소 삶은 변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은 '성형수술 전과 후, 다이어트 전과 후'처럼 확연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몇 가지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더 이상 계단이 무섭지 않다. 엘리베이터나 엘스컬레이터가 고장 나서 멈춰 있어도 딱히 불만스럽지 않다. 가방이 아주 무겁지만 않으면, 에스컬레이터 대신 일부런 계단을 선택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닥을 찍었던 체력은 나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식습관도 많이 바뀌었다. 입에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건강한 것 위주로 챙겨서 먹게 된다. 운동한 것이 아까워서 인스턴트로 몸을 다시 망칠 수가 없다. 가족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 먹곤 하던 습관도 버렸다. 남은 음식보다 내 몸을 더 아끼기로 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후

내 삶의 사각지대가 조금 줄어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세상에는 나의 시선이 닿지 않은 사각지대가 너무 많고, 그 세상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을 통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이 정말 상당히 쏠쏠하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도 자꾸 생긴다. 책을 읽고 이야기는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기도 하고, 회원들로부터 끊임없이 자극도 받게 된다. 덕분에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일을 '한 번 해보자!'라고 밀어붙이는 용기도 생겼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일상을 보는 시선이 섬세해졌다. 일상의 순간들을 글감으로 삼으면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 속에서 미처 몰랐던 감흥을 느끼기도 하고, 무심함을 반성하기도 한다. 병원에 가면 온통 아픈 사람들이고, 헬스클럽에 가면 온통 운동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브런치에 들어오면 온통 글을 잘 쓰는 사람들뿐이다. 덕분에 약간의 좌절을 느낄 때도 있지만, 생생한 글이 주는 재미와 위로가 기껍고 동시에 나도 글이 쓰고 싶어 진다. 글을 쓰기 위해서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멋진 선순환이 생겼다.


삼천배를 하고 난 후 (수년 전의 경험이지만 글을 쓰는 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그래, 네 마음 이해해'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기로 했다. 수년 전, 조계사에서 진행한 '난치병 어린이 돕기 3천 배 철야정진'에 3년 동안 참가했었다. 50분 절하고 10분 휴식하기를 8번 반복했다. 참가하기 한 달 전부터 108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3천 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처음 2~3시간은 가뿐하다. 이 정도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는 방자한 생각마저 든다. 몸이 힘들지 않으니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10년 전 아이에게 모진 말을 했던 것도 떠오르고, 과음해서 실수했던 것도 떠오르고, 앞에서 옆에서 절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꿇은 무릎을 다시 펴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태산을 들어 올리는 것만큼이나 힘들어질 때쯤이면 그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딱 하나만 남는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마지막 8번째 시간, 오직 이 생각을 하며 버티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지금의 마음보다 천배, 만배 더 간절하겠구나' 그리고 그때서야 진심으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3천 배를 마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응원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3천 번을 절하고서야 알았다. 살다 보면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문득문득 되새김질한다. '네 마음 이해해'라는 말을 가벼이 하지 말자고. 

    

그런데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와 할 일은 하는 용기와 실천력이 있다면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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