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속마음
속이 안 보여서 속상하다.
며칠 전, 예쁜 초록색의 아보카도 4개를 사다 놓고
맛있게 숙성되기를 기다렸다.
껍질이 까맣게 변해갈 무렵
손으로 살짝 눌러보니 느낌이 이상하다.
겉은 멀쩡한데, 잘라보니 속이 상했다.
1개는 거의 전소상태,
3개는 절반쯤 상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어쩌겠는가.
상했다는 것을 알고서 판 것도 아닐 테니
그런가 보다 넘어간다.
속이 안 보여서 속상하다.
친구가 분명히 내게 삐친 것 같은데
뭐 때문에 삐쳤는지 알 수가 없다.
엄마가 분명히 내게 서운한 게 있는 것 같은데
뭐 때문에 서운한지 알 수가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데
속에는 분명 뭔가 있다.
나의 무엇이 그들을 속상하게 했을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나도 속상하다.
왜 사람은 서로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어졌을까?
만약 그 사람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면?
아, 사랑할 수 없겠구나.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겠구나.
그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겠구나.
설렘과 긴장 같은 것도 없겠구나.
때때로 속상해도
속은 안 보이는 게 더 낫겠다.
하지만 삐치고 서운한 그 마음은 다독여야겠다.
미처 이유를 알지 못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해야겠다.
그래야 내 속도 풀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