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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Oct 11. 2023

누구냐? 나

'나' 알기 프로젝트

녹음된 내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내 목소리인데도 내 목소리 같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늘고 높게 느껴졌다.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가 훨씬 더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의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는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목소리만 그럴까?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쩌면 꽤 다를 지도 모른다. 며칠 전 독서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그 차이를 알고 싶다면 지인 30명에게 카톡을 보내서 '나의 키워드와 장점과 단점'을 물어보세요" 


그날 저녁 나는 가족과 친구, 동료 30명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누구냐? 나 - 나 알기 프로젝트>
'내가 생각하는 나'와 '주위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는 일치할까?
나를 아는 사람들 30명에게 묻습니다. 부담 없이 솔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1. 효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단어는?
2. 효문의 장점은?
3. 효문의 단점은? 


30명에게 카톡을 보내 20명에게 답장을 받았다. '딸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동생이 나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친구들에게 나는 이런 존재구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이런 모습이구나.' 오래전, 녹음된 내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낯설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한 친구는 나의 장단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걱정 끼치지 않음 / 재미없음.'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와 가장 비슷했다.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달려들지만, 걱정 끼칠 만한 도전은 하지 못한다. 호기심은 많지만 겁 많은 새가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유머력을 숫자로 표현하면 거의 0에 수렴하지 않을까 싶다. 개그를 던지면 다큐로 받는다. 코미디 영화나 개그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도 않지만, 보면서도 왜 웃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도 많다. 게다가 가무도 젬병이다. 같이 놀기에 딱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뭐 나쁘지 않다. 이게 나이고, 세상에는 진지한 사람도 필요하니까.


또 한 동료는 나의 단점으로 '느긋하다'를 꼽았다. 사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에 속하고, 일이 착착 해결되지 않으면 긴장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긴장해서 동분서주하는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백조가 물아래에서 쉼 없이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미리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최대한 느긋해지려고 애썼다. 내가 만들어낸 페르소나인 셈이고, 느긋하게 비쳤다면 성공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Q. 퍼스넬리티와 페르소나는 뭐가 다른가요?
퍼스넬리티는 말 그대로 내가 가진 원래 성격이야. 하지만 우리는 그 모습대로만 살지는 않아.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 그걸 페르소나라고 해. 심리학 용어로는 내적 성격과 외적 성격으로 구분하기도 하지. (중략) 내 퍼스넬리티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꿔서 보여준 모습에 반응한다는 거지. 그래서 페르소나를 잘 가꾸어야 해. 이걸 가식적이라는 둥 부정적으로 보면 안 돼. 내 성질대로 살지 않고 부족한 면을 채워간다는 의미로 보면 이 또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 아니겠어.
                                                                         - 홍성태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중에서


나의 퍼스넬리티를 확인하는 동시에 내가 만들고 싶은 페르소나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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