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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Apr 26. 2024

자신의 죽음, 결정할 권리가 있을까?

'플랜 75'를 보고

"75세 되셨어요? 태어날 때 계획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죽을 땐 계획해서 죽을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TV속에서 끊임없이 죽음을 강요하는 홍보영상이 흘러나온다. 한바탕 욕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늙은 것이 죄라도 되는 양 노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기껏 하는 것이 말없이 텔레비전 코드를 뽑는 것뿐이다. 

일본 영화 <플랜 75>의 내용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 <플랜 75>


영화에서 일본 정부는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한다. 쉼 없이 홍보영상을 내보내고, 공무원을 동원해서 길거리 홍보까지 진행한다. 노인이 신청서를 접수하면 한 달간의 준비기간과 최후의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지원금이라고 할 수 있는 10만 엔의 돈이 주어지고, 콜센터의 전담직원이 배치된다. 그리고 죽음의 날이 찾아오면 노인들이 남기고 유품을 정리해고, 살고 있던 집까지 담당직원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아직 건강하고, 아직 일도 할 수 있고, 아직 생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데, 노인들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플랜 75를 신청하게 된다. 나의 존재 자체가 이 사회에 부담이고 민폐라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니 버틸 재간이 없다. 반면 플랜 75의 신청서를 접수받는 시청 직원과 콜센터에 배치된 직원, 또 노인들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는 모두 젊은 사람이다. 그들은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생계를 꾸려간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아,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권하는 사회는 온통 상처뿐이었으니까. 아직 살고 싶은데, 억지로 삶의 의욕을 꺾어 죽음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사회. 그 속에서 노인들은 씁쓸함을 넘어 진한 슬픔과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노인을 죽음으로 내몰며 생계를 꾸려가는 청년들 역시 아프고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인의 죽음은 청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바위덩어리를 그들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딜레마에 직면한 기분이었다. 노인의 삶은 사회경제에 부담이 되고, 노인의 죽음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니... 어느 쪽도 쉬이 선택할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곁에 있었던 누군가의 죽음은 상처나 아픔이 아니라,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죽음을 강요받거나 강요하는 사회라면 죽음은 결코 그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떠나는 자에게도, 남는 자에게도 상처뿐이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게 될까?' 잠시 생각해 봤다.  9988123으로 떠나고자 한다면, 운동 부지런히 하면서 건강관리 잘해야 한다. 품위 있게 떠나고자 한다면, 공부도 수행도 열심히 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임종의 순간에 '아미타부처님을 열 번만 염불 하면 극락왕생한다'라고 말한다. 극락에 태어나는 것이 이토록 쉽다고? 아니 절대 쉽지 않다. 평소에 엄격하게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임종의 순간에 아미타불을 열 번 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치과병원 의자에 누웠을 때도 나무아미타불 10번은커녕 3번도 못하고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순식간에 집중력이 깨진다. 하물며 임종의 순간에는 말해 뭐 할까. 물론 겪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통이나 공포에 직면한 순간 사람은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본모습이란 평소 자신의 모습이다.


결국 떠날 때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대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남은 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떠나고 싶다면 '삶을 잘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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