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문 May 10. 2024

나를 말해주는 수식어는?

숨기고 싶은 모습도 '나'이다

인간관계에 서두른, 자만심 넘치는, 융통성 없는, 조현병에 찌든, 심기증(몸 안에 무슨 병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고통스러워하는 병적 증상)에 시달리는, 심통 사나운, 품위 없는, 자기 연민에 빠진, 불안에 떠는, 감정적인, 쉽게 실망하는, 짜증 내는, 억울해하는, 성을 잘 내는, 말수가 적은, 정치 감각이 현저히 부족한, 천박한...


누구를 수식하는 말일까?

앤드루 로버츠는 그의 책 <승자는 DNA>에서 영국의 '호레이쇼 넬슨 제독'을 묘사하는 수식어를 이렇게 적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만 빙산의 일각만 추리자면 이 정도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가운데 넬슨의 추종자가 있다면 안타까운 말이지만, 이 중에서 거짓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넬슨 제독은 영국 해군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군인임은 분명하다. 100년도 넘는 기간 동안 영국을 단 한 차례의 침공도 받지 않은 군사 강국으로 만들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50미터에 육박하는 높은 기둥 위에 넬슨의 동상을 세운 것은 어쩌면 그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이 그만큼 높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부족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넬슨 제독이 열정적인 연인이었지만 끔찍한 남편이었고, 허영심 많은 이기주의자였지만 위대한 군인이었던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면을 지니고 있다. 허풍이 심하지만 좋은 아빠일 수도 있고, 답답할 정도로 꽉 막 한 사람이지만 주어진 일만큼은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도 있다. 어느 한 면에서는 지극히 아름답고 위대할 수 있지만 또 어느 한 면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볼품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두고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를 말해주는 수식어는 뭐가 있을까? 

지적 허영심이 많은, 부지런한, 사교성이 떨어지는, 겁이 많은, 지구력이 부족한, 책임감이 강한, 포기가 빠른, 뭔가 배우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심심한, 뒤끝 작렬... 적다 보니 '아,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에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뛰어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다.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 후자를 숨기려고 애쓸 필요 없다. 뭐든지 숨기려고 하면 더 불거지는 법이다. 나쁘고 부족하고 추한 모습도 나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인정하는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스스로 알코올 중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치료가 시작하는 것처럼,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인정할 때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이전 12화 내 눈을 멀게 하는 것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