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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Jun 07. 2024

어른이 갖춰야 할 덕목은?

어른이 없는 시대

몇 살부터 어른일까?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나이가 어른의 기준일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어른일까? 무엇을 갖춰야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당연히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이 꽤 많다.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청춘이고 싶은 욕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현대사회는 그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노력한다면 그리고 돈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한다면 50, 60대에 임에도 불구하고 2, 30대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니까.  그런데 여전히 청춘이고 싶어 하고, 어느 정도 청춘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어른스러움'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다운 어른을 보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얼마 청계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꽤 사람들을 길게 줄을 있었다. 햇볕은 따가웠고, 그늘은 없었다.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만, 여름의 땡볕은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게 '찍사람은 없이 즐거운데,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료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특히 여럿이 함께 청춘들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등산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포즈를 취했다가 저렇게 포즈를 취했다가 이쪽으로 앉았다가 저쪽으로 섰다가 분주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우리도 저렇게 찍자'며 슬쩍 포즈를 훔쳐오기도 했고, 엉뚱한 포즈에 피식 웃기도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빨리빨리 찍고 빠져야지 뭐 하는 짓이야" 순식간에 분위기는 찬물을 뒤집어썼고, 사진을 찍던 청춘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안타까웠다. 부드럽게, 어른스럽게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려오는 내내 '어른다운 어른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물음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있었다.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에요."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이를 먹어야 한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하기 싫은 운동을 해야 하고, 입에 맛있어도 몸에 해로운 음식은 줄일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책을 부지런히 읽고 많은 것을 경험해서 내면의 지혜도 쌓아야 하고, 트렌드에 뒤쳐져서도 안 된다. 마음은 넉넉하고 따사로워서 청춘들이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불호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웃으며 기다려주거나 좀 더 부드럽게 혹은 유머러스하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곤욕을 일깨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누군가 도움을 청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네게도 눈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겠지? 네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일 수도 있고, 혹은 너 스스로 일 수도 있을 거야. 명심해. 언젠가는 그런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날이 반드시 올 거야.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비참한 순간 말이야. 가능하다면 그런 날을 맞이하고 싶지 않잖아? 그렇다면 가능성을 찾아. 모르는 것에 스스로 접근해서 가설과 검증과 실험을 반복해.
                                                                                 - 니시도 아키히로의 <꿈과 돈> 중에서


평생 청춘으로 사는 것, 좋다. 하지만 어른으로 사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른은 없고 모두 청춘만 있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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