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최고
인간관계는 본래 어려운 것인 줄 알았다. 어쩌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솔직해지면 의외로 인간관계는 쉽다.
얼마 전, 딸과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각자 속에 담아둔 말을 와다다 쏟아내면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만 참고 있었던 게 아니라 딸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만 서운했던 게 아니라 딸도 서운했고, 나만 답답했던 게 아니라 딸도 답답했다는 사실을.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한바탕 싸우고 나서 관계가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서 방점은 '싸움'이 아니다. 싸우면서 '속에 담아둔 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말하지 않는 마음은 귀신도 모른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화가 나거나 섭섭한 기분이 들 때, 혼자 꽁해 있지 말자.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리장성을 쌓지도 말고, 대하소설을 쓰지도 말자. 그저 어떤 점에서 섭섭함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말을 하자. 솔직하게 말하려니 왠지 구차한 느낌이 들어서 입이 안 떨어질 때도 물론 있다. 그런데 진짜 구차한 것은 입 꾹 다물고 삐쳐있거나 꽁해 있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주는데, 왜 상대방은 내 마음을 몰라주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착각일 뿐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척척 알아주는 게 아니라 내 마음대로 짐작할 뿐이다. 내 마음은 내가, 상대방의 마음은 상대방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른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눈빛만 보고 짐작할 수 있는 마음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조차도 잘못된 짐작일 가능성이 높고, 그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내 마음대로 배려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언젠가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일행 중 한 명이었던 A가 '여자친구가 와도 되겠느냐'라고 양해를 구했고, 모두들 흔쾌히 동의했다. A가 여자친구를 마중 나간 사이 그날의 호스트가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빠져주자"고 제안했다. A가 바빠서 여자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름의 배려였을 것이다. 다음 날 A는 심하게 화를 냈다. 지나친 배려나 원하지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백 번 공감한다.
결론인즉,
치맥이 생각나면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자. 한 잔 하자고! '바쁘겠지, 부담스러워하는 건 아닐까?' 혼자 밤새도록 짐작해 봐야 답은 안 나온다. 나온다 하더라도 엉터리 답이다. 물어보면 정답이 금방 나온다.
친구가 내가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하면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하자.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상대방이 기대감을 갖게 만들면 99%의 확률로 더 큰 원망이 생긴다.
딸에게 서운하면 마음속에 저축하지 말고 서운하다고 말하자. 서운함을 차곡차곡 저축하면 이자가 붙는다. 감정이 커진 상태로 어느 날 폭발하면 대략 난감해진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대단한 비법은 필요 없다. 그저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고 열심히 귀 기울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