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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편안 Jul 15. 2021

<완벽한 아이> 읽고 모드를 만나다.

책 리뷰

모드 쥘리앵이 쓴 <완벽한 아이>를 읽고 생각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아이는 없다. 아니, 있어서도 안 된다. 아이는 아이답게 웃을 수 있고, 마땅히 부모의 사랑에 행복할 수 있다. 모드도 그랬어야 했다.


<완벽한 아이>를 읽으면서 함께 아팠고, 꿈꿨다. 철책 속에서 어린 딸의 아이다움을 도려내고 완벽한 아이로 만들고자 한 ‘아버지’가 있다. 루이 디디에는 완벽한 아이의 스승이 될 아내를 가뒀고 딸인 모드를 가뒀고 모드가 사랑한 동물들을 가뒀으며 가학적인 훈련을 딸을 위한 일이라는 명목하에 15년간 고통 속에 살게 했다. 추운 겨울에 난방 없이 잠을 자고 아버지가 씻은 물로 씻고 쥐 떼 가득한 지하실에서 죽음에 대한 명상을 하며 술을 몸 안에 퍼부을 수밖에 없었던 모드는 점점 더 완벽한 아이에서 멀어져 망가진 아이가 됐다.


딸에게 흔들림이 보일 때마다 아버지는 그릇된 신념을 세뇌하고자 끊임없이 모드에게 말했다. ‘너는 나만 믿어야 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신의 말만 진리라 하는 아버지는 딸의 살이 찢기고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조차 모르는 추악한 인간이다.


무엇을 이토록 두려워하는가? 무엇을 두려워하기에 자신이 갇히지 않기 위해 딸을 가두고 온갖 고통을 주는 악마를 자처하는가? 사실 궁금하지 않다. 그저 분노가 차올라서 질문의 독화살을 그를 향해 쏘아댈 뿐이다. 내 관심사는 오직 안아주고픈 모드였다.


모드는 자신이 아버지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시계 안에서 1초가 지나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초침처럼 아버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영혼을 바쳐서라도 따르려고 했다. 한순간도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게다가 레몽의 끈적한 성적 접촉과 이브의 허벅지에 지져대는 담뱃불은 얼마나 더 버티기 힘들었을까.


모드가 받은 고통은 그 어떤 문장으로도 나는 담아낼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드는 죽지 않았다. 누구 하나 안아주는 온기 없이 결국 살아냈다. 무너졌고, 아파했고, 죽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동물들과 나눴고 책 주인공들을 상상으로 살려내 함께 고통과 맞섰으며 음악으로 마음을 표출하면서 끝까지 삶을 붙들었다.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모드는 늘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강했다! 어쩌면 악마 같은 아버지에게서 모드가 정말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함께 꿈꿨다.



삶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하다.
언제나 해결책이 있다.
기필코 그것을 찾아내리라.
나는 굳게 믿는다.


세상과 단절되어 살고 있지만
나에게도 할 얘기가 아주 많다.
삶은 어디에서나 이어진다.



마침내 고통을 똑바로 마주 보게 된 것은 딸의 치욕을 보고도 외면한 어머니도 철책 감옥을 만든 아버지도 아닌 모드 자신이었다. 저 멀리 감춰진 삶의 빛을 믿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멍든 몸으로 버티고 버텨냈다. 결국 자신의 영혼을 삼키는 아버지를 물리쳤다. 자유를 얻었다.


마음으로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모드를 만나고 내 삶이 변할 것 같다. 더 많이 감사하고 감탄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김영하북클럽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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