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편안 Jul 15. 2021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읽고 나노카를 만나다.

책 리뷰

스미노 요루가 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읽고 생각하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어떤 어른이 될까 상상하며 종이에 끄적이던 아이 손가락은 이제 삶의 때가 묻은 어른 손가락이 되었다. 막상 어른이 되어 어릴 때 상상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현재와 다른 온도차에 씁쓸해진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 나오는 주인공은 초등학생 나노카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각도로 인생을 생각하고, 또래보다 고양이나 높은 연령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늘 집에 혼자 있는 나노카는 매일 고양이 친구와 함께 행복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
냐아~냐아~
<나노카의 행복 노래>



나노카가 주로 만나는 친구들은 꼬리가 잘린 고양이를 필두로 미나미 언니, 아바즈레 씨, 할머니이다. 자신의 손목을 긋는 미나미 언니는 거친 말투와 달리 멋진 소설을 쓴다. 나노카는 언니의 소설을 읽으며 감탄하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바즈레씨는 말을 잘 들어주는 상냥한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일을 한다. 커다란 나무집 할머니는 항상 온화한 미소로 맞이해주며 맛있는 과자를 주신다.


나노카는 일상부터 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특히, 학교 참관 수업 때 발표할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찾고 싶어서 더 열심히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큰 재미는 나노카만의 톡톡 튀는 생각이다. 각기 만나는 사람마다 인생을 표현하는 말이 인상 깊다.


“인생이란 염소 같은 것이야.”
“뭐냐, 그건?”
“멋진 소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잖아. 나는 이 책을 먹으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그게 가능하겠냐?”
“하지만 나는 지금 배가 불러. 엄청 멋진 소설을 읽었으니까.”

미나미 언니와 대화하며 나름 짧은 인생을 논하는 나노카가 귀엽다.


“인생은 푸딩 같은 것이라는 얘기네요.”
“무슨 뜻이지?”
“달콤한 부분만 있어도 맛있는데, 씁쓸한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하하하, 딱 맞네.”

아바즈레 씨를 만나서 또 다르게 인생을 말했다.


“인생이란 도시락 같더라고요.”
“무슨 뜻이지?”
“좋아하는 것을 전부 다 담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금 나는 그 도시락의 크기도 이름도 알지 못해요. 할머니가 만일 히토미 선생님에게서 행복이란 무엇이냐,라는 문제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할 거예요?” (...)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야.”

할머니와도 인생과 행복 이야기를 나눴다.


재미있게만 흐를 것 같던 이야기도 어김없이 위기가 등장했다. 친구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기대했던 참관수업과 부모님 출장이 겹치면서 나노카는 엄마와 크게 싸우고, 미나미 언니는 어서 사과하라며 후회한다는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아바즈레 씨도 나노카의 이름을 알게 된 후, 꼭 안아주며 “나도 실은 쓴 커피나 술보다 달콤한 과자를 좋아했어. 그래, 이제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할머니까지 “내 인생은 말이지. 나노카, 정말로 행복했어. 나노카는, 지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던진 채 고양이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한 명씩 사라질 때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비록 소설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나노카는 친구들이 사라지는 슬픔을 받아들이며 그동안 나눈 대화로 행복의 답을 찾았다.


미나미 언니의 충고로 엄마와 화해하고 원래 비행기 사고로 죽었어야 할 부모님이 수업에 참석하면서 나노카의 미래였던 미나미 언니, 아바즈레 씨, 할머니의 모습이 영영 사라졌다.


수업 발표 때, “나의 행복은...” 나노카는 당당히 발표한다. 우리는 나노카의 답을 알 수 없기에 스스로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어른이다. 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삶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찾는 건 참 막막하다. 이럴 때, 나노카와 대화해보라. 나노카를 만날수록 잊고 있던 일이 다시 떠올라 이상하게 마음이 퐁퐁 들뜰 것이다. 더는 상상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모든 순간에 녹아있는 행복 조각을 인생에 맞춰보자.


작가의 이전글 <완벽한 아이> 읽고 모드를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