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전부 아는 걸까?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축적하고 눈에 보이는 말과 행동에 따라 어느새 그 사람을 정의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상대방을 다 아는 것처럼 의무는 행하나 더는 알고 싶지 않은 사랑으로 무뎌진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욤 뮈소 작가가 쓴 소설이다. 저자 이름을 들으면, ‘사랑’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도 남녀 간 사랑을 다루는데, <내일>은 다른 로맨스 소설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사랑이 이어질까, 끊어질까 하는 관심사 외에 추리소설에서 다루는 살인 계획과 사건들이 줄줄이 나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한, 타임 슬립 장치를 이용해서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제1부 우연한 만남
제2부 평행선
제3부 겉보기
제4부 갈 곳 없는 여자
제5부 잘못된 선택
제6부 경계를 넘어서
총 6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평생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남녀, 매튜와 엠마가 노트북 하나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시작된다. 1년 전, 아내를 잃고 홀로 딸을 키우던 매튜는 우연히 노트북을 파는 것을 보고 산다. 다 지웠다는 판매자 말과 달리 남아 있는 전 주인 사진들을 돌려주려고 메일을 보내고 이때 2010년 와인 감정사 엠마와 2011년 철학 교수 매튜가 연결된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매력을 느끼고 만날 약속을 정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같은 날, 같은 시간이라도 1년이란 차이가 났으니까.
약속 장소 주인 덕분에 두 사람에게 1년 간격이 있다는 걸 안 매튜가 죽은 아내 케이티를 살려달라고 엠마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이를 뿌리칠 수 없었던 엠마가 케이티를 미행하면서 과거가 변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다 안다고 믿는 매튜가 틀렸다는 것을 엠마가 하나씩 증명할수록 밝혀지는 진실이 주는 두려움과 바로 잡는 통쾌함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을 움직이게 한다.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아내 또는 남편 얼굴을 의심스럽게 본다면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 마라. 당신이 이야기에 푹 빠졌다는 증거다!
당신은
사랑 앞에서
진실을 볼
용기가 있는가?
이 책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진실을 캐내는 짜릿함과 엠마가 변하는 모습이다. 악질적 연애 실패로 정서 불안을 안고 살던 엠마는 원래 2011년에 존재할 수 없었다. 자기 안에 몰아치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했으니까. 도무지 살 이유를 찾지 못했던 엠마가 매튜를 돕고자 열정을 다해 움직이면서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이 과정을 보면 사랑은 죽고 싶게도, 살고 싶게도 하는 야누스 같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그 편견에 머물지 않을 때 어느새 변화한다. 매튜와 엠마가 약속했던 넘버 파이브 가게에서 첫 만남은 엇갈렸지만, 1년 후 진실을 마주할 만큼 성숙해진 둘은 결국 만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전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서로 진정 사랑한다면 자연스럽게 진실 앞에 자신이 드러난다. 엠마처럼 나부터 숨김없이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 사랑 앞에 진실로 설 자신이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