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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Feb 09. 2020

분노의 질주 3 - 동서양의 독특한 조화


배터럭 투머로우에서 참고문헌을 보다가 거기서 '한'으로 나온 배우가 동일하게 '한' 역할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3에 나온다길래 찾아보게 되었다. 


https://brunch.co.kr/@writeraaa/168





분노의 질주? 드리프트? 그게 뭐야?


사실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경우 ,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낯설 수밖에 없다.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때는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이런 영화를 도대체 누가 보지? (훗날의 네가 보게 된 단다.)라고 지나가던 일이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면허는 있지만 차를 살 돈이 없... 흠흠, 서울이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차가 없어도 딱히 불편함을 느끼기 못해 차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다. 언젠가 차가 필요할 날이 올 테니까.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은 어린 시절 카 0 라이더에서 했던 드리프트 밖에 없는 상태로 보게 되었다. 





동양 속의 서양인 1 - 동양과 서양 서로를 향한 시선



할리우드 대형 프랜차이즈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에 3편의 배경은 도쿄였다. 그래서 할리우드와 일본이라는 이질적인 동서양이 문화가 필연적으로 조화되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이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든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관통하는 서사나 액션 외에 그것을 아우르고 있는 동서양의 시각차가 분명 존재한다. 

더군다나 대만계 아메리칸인 저스틴 린 감독은 일본이라는 동양적 문화적 배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도 분명 있는 한편 할리우드식의 편견 어린 시선이 혼재되어 장면마다 익숙함과 낯 섬이 혼재한다. 이런 이질적인 시선의 충돌은 마치 양쪽 눈에 두 가지 서로 색깔의 다른 렌즈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묘하다.




딱 잘라 구분 하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다른 시각들이 한 영화에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서 빠칭코가 나오는 한 장면을 보고 나는 "아 일본이네. 근데 쓸데없이 이런 장면이 왜 들어간 거야." 하고 넘어갔는데, 어떤 서양 리뷰어의 리뷰를 읽다 보니 이 장면이 '매우 이국적(exotic)이다!'라고 한 문단을 할애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또한, 이러한 복잡한 심경은 서양에나 있을 법한 클럽에 어색하게 네온사인으로 장식하여 마치 일본 분위기를 내보려고 했으나 실패한 것 같은 배경에, 어색한 화장과 난해한 옷차림의 아시아 여자들이 근본 없는 춤을 추고 있는 장면에서 또 한 번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아니, 아시아를 뭐라고 생각한 거야. 이건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 리뷰어들은 놀랍게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것이 정말 일본의 클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나도 일본의 클럽은 가본 적이 없으나 적어도 이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꽤 자연스러운 일본의 풍경들도 보여준다. 이전에 여행 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차분한 도쿄 풍경, 소형차 위주의 조용한 도로, 교복을 입은 아이들. 그런데 그곳을 난데없이 레이싱하는 서양인들이 등장한다. 영화니까!




동양 속의 서양인 2 - 서로 다른 그림체


이 영화 바로 직전에 미국 고교에 다니는 아시안들을 보았다. 그곳에서 나는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일본 고교에 다니는 백인 주인공은 굉장히 놀라웠다. 일본 교복을 어색하게 입고, 실내화까지 신는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 나 또한 평생 단일민족 국가에서 살다 보니 교실 안에 늘 하나의 인종만 존재하는 풍경이 너무나도 익숙하였다. 교실 안에서 다른 인종이라거나 문화 차이라는 건 학창 시절에 존재하지 않던 카테고리였다. 모두가 검은 머리 검은 눈인 교실(물론 여주인공 제외, 여주인공은 확실히 서양인이다)에 나타난, 백인은 마치 일본 만화책에 오려 붙인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만큼이나 이질적이었다. 정말 그림체가 다른 느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튄다.



익숙한 책걸상, 그리고 교복, 그리고 여자 주인공


물론 나고자라지 않은 탓도 있지만, 행동, 말투, 걸음걸이 하나까지 너무나 이질적이라서 일본 영화에 잘못 출현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아니고... 뭔가 웃음이 나고 짠했다. 갑자기 역으로 이민자의 설움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달까.





남성 중심적인 영화 - 여성 캐릭터 사용의 왜곡과 불균형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은 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영화라는 느낌.

그 이유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을 대략 레이싱 걸, 술집 여자, 누군가의 여자 정도로만 등장한다. 여주인공조차 사창가 어머니라는 배경을 두고 있으며 존재 자체도 사실 희미하고, 서사적으로 보면 레이싱에 참여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트로피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찌 보면 차라는 남성의 소유물을 인격화 대상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매우 혼란스럽다.



인간적 대상보다는 쟁취의 대상이자, 아무런 맥락 없이 헐벗은 채 요상한 포즈로 서있는 여자들은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고, 만약에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그 이후로 당신은 매우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볼거리 - 호쾌한 액션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 성적 대상화와 같은 화제로 빠지긴 하였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고민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바로 레이싱 중심의 호쾌한 액션 영화이다.




이렇게 드리프트하면 고무 탄내가 나지 않을까.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에 적응하기도 전에 레이싱이 펼쳐지고, 아버지가 있는 일본으로 쫓겨나서 레이싱을 펼치고, 드리프트 수련하고 레이싱에 나가고, 최종 빌런과 레이싱을 펼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창 레이싱을 하는데, 서사는 이런 일련의 레이싱 장면에 최소한의 당위성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가 부서지거나, 드리프트 장면이라거나, 도쿄의 중심부이자 상징인 사거리에서 드리프트 하는 명장면 등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마지막에 경쟁자의 차를 밀어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고, 다시 추락하는 차를 피해 드리프트 하는 장면은 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주인공은 어쩌면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 '한' 캐릭터의 매력


어쩌면 이번 영화의 남주인공 숀은 스승으로 나온 '한'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희생된 고등학교 애송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한'이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었고, 이로 인해 4, 5, 6에서 분노의 질주 패밀리에 고정 멤버로 추가 되게 되었다. 



실제로 운전을 잘하긴 하지만 그 이유가,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저 옆 차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호승심에 차를 타는 고등학생 숀에게 '한'은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여유롭게 지속적으로 차를 내어주고 드리프트와 인생을 가르쳐 주는 등 여러모로 베푸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편, 영화 내 최고의 드라이버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운전실력을 발휘하여 마지막에 눈물 나게 화려하게 퇴장하신다. (정말 퇴장하시는 것 같았지만 분노의 질주 9편에 다시 나온다고 한다. 휴.)




주관적인 후기

별 3 - 뇌를 비운 채 시원하게 달리는 카 액션을 보고 싶다면 매우 좋다. 

그러나 차를 좋아한다면 별 다섯 개 일 지도 모른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붕붕 달리고, 쾅쾅 터지고, 와와 이겼다.



사진 출처 및 참고 문헌

https://lylesmoviefiles.com/2015/03/31/the-fast-and-furious-tokyo-drift-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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