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파란
그것은
때를 모르는 실과처럼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향긋한 과실을 지금 당장 음미하고 싶었으나
일과 마감과 현실의 삶에 쫓겨 그러지 못하였다
그 과일은 며칠간 내 책상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마침내 숨을 쉴 틈이 났을 때 내가 본 것은
시큼하게 곪아버린 영감의 과실
찬란했던 생각은 현실에 치여
흐므러지고 부패하여
나는 도무지 원래의 그 형체를 떠올리지 못했다
때를 놓쳐 썩고 녹아 역해진 과실을
조심스레 종이로 싸서 버렸다
남은 건 단지
구겨진 종이 위의 얼룩진 자국
나는 그 얼룩진 종이를 버리지 못한 채
한숨을 쉬며 돈을 벌러 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
또다시 추락하여 내 발치에 떨어진
때를 몰라 멍청하게 썩어가고말
나의 과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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