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의 강력한 방어막

소음에 취약한 멘탈을 지키는 자랑스런 수호기사

by 아무나

#내 사랑 소니 WH-1000XM2

#제품 리뷰는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건 꼭 해야겠다. 진짜 좋으니까. 좋은 건 알리고 싶어서.

#당연히 내 돈 내고 내가 산 것이다. (사용한 지 이미 반년 넘음)




소음으로부터의 자유 - 노이즈 캔슬


노이즈 캔슬이 되는 소니 헤드폰을 샀다. 비싼 가격 탓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집도 주말의 까페도 소음 많은 편이라 그 안에서 글을 쓰다 보면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유독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아 거기! 조용히 좀 합시다!!'라고 외치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올라왔다. 물론 나는 소심하고 예의 바른 편이라 실제로 그럴 일이 일어난 확률은 낮았만, 이렇게 이성이 한계치까지 몰리면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격이 정말 안 좋아질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거울을 보지 않았으나 내 표정이 상당히 사나울 것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어느새 글을 쓰다 말고 멈춘 채로 멘탈이 조각난 나를 발견했다. 펜을 쥐고 있는 손에 힘줄이 울룩불룩 올라왔다.


이상하게 그날은 모여 앉은 한 떼의 중년 아주머니 그룹은 여전히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테이블 젊은 부부의 아이는 빽빽 울고(물론 부부도 달래려고 애를 쓰고 있긴 했다), 낮술을 하고 어째서 까페에 온 것인지 얼굴 벌건 아저씨들은 왕년에 이야기를 끝도 없이 꺼내는데 정말...






소음 알레르기


소음 알레르기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진단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혹은 그렇게 많은 소음에 노출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나중에는 몸이 가려워졌으며, 나중에는 심한 두통까지 생겼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언어영역 어딘가가 망가지는지 말을 더듬거나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소음 때문에 약간 고장 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있으면 다시 천천히 회복이 된다. 그래서 평소에도 웬만하면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편. 하지만 분명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앉으면 사람들이 밀려들어오는 기이한 현상이 자꾸 벌어져서 인생이 참 곤란하고 피곤했다. (인복인가... 내가 까페를 차려야 하나... 이렇게나 몰려들어주시면 돈 정말 많이 벌 것 같은데)





그래서 샀다!!



효과는 최고였다. 원래 소음에 예민하던 나는 소음이 사라진 환경에서 극도의 평온함을 느꼈다. 스트레스 지수가 대번에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쓸 때는 조금 괜찮은 걸? 주황색 스펀지 귀마개보다는 훨 나은걸? (당연히 나아야 한다 가격이 몇 배인데!!!)

처음에 꼈을 때는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닌데?라고 생각했다가 잠시 후에 벗으니... 앗 헤드폰 밖은 지옥이었어! 같은 느낌? 처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막상 그 고요에서 벗어나는 순간 확 몰려드는 소음을 들으니 이 소니 헤드폰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노이즈 캔슬 더하여, 노래를 틀기 시작하면 웬만한 소음은 거의 백색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소음에 맞춰 장르를 좀 바꿔가며 듣긴 했지만.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도 훌륭한 성능이었다.


이 헤드폰의 가장 큰 장점소음이 사라짐과 동시에 현실감도 사라져 마치 일상의 풍경이 영화처럼 느껴진다는 것. 노이즈 캔슬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고르면서 여러 제품 광고를 보았다. 현웃 터지며 웃음이 나왔던 것은 내가 산 소니의 헤드폰 광고 동영상이었는데, 그 영상에서는 정말 위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직접 사서 체험해본 결과... 어느 정도 사실이다. 소음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이 헤드폰을 끼면 약간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 든달까. 자각몽을 꾸는 느낌이라고 해도 좋을까?


어찌 되었든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른 사람은 어떨까?

친한 친구에게 한 번 씌워보았다.

노이즈 캔슬링 때문에 샀지만 음질 검사도 좀 받을 겸 음악 하는 친구에게 씌워주었다. 음악 하는 그 친구의 첫마디 음질 괜찮네. 하지만 내가 노이즈 캔슬링을 켜는 순간 친구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어리었다.

어때? 좋지? 내 목소리 들려?라는 말에 친구는 당황하며 헤드셋을 내렸다.


"답답해, 토할 것 같아."


어, 어라? 내가 생각하던 답은 이게 아니었는데...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기를 즐겨하는 그 친구는 노이즈 캔슬링을 체험하는 순간 갑자기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이었다고. 자신이라면 이 기능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왜? 그게 바로 이 헤드폰의 최대 장점이라고! 고립감!!!"


하지만 친구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래 그런 거 좋아하는 너한텐 잘 맞을지 모르겠다며 칭찬인지 뭔지 모르겠는 말을 하며.






요즘의 사용감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까페에서 이 헤드폰을 쓰고 글을 쓰는데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왜 어지러운 걸까 생각하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서 주변을 쳐다보았다. 옆에는 말하는 사람들과 배경음악이 울리는 까페의 스피커와 커피를 만들고 내리는 모습이 사방에 가득했다. 하지만 모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들처럼 흘러갈 뿐이었다. 배경음악이 아닌 배경화면처럼 대신 플랫하지 않은 3D의 풍경으로.


이 헤드폰이 내 주변에 강력하고 투명하고 안전한 유리 온실을 씌워 놓은 것 같았다. 분명 이곳은 평안하고 안락하였지만 동시에 내가 있는 현실에서 나를 유리시켜 놓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분명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까운 사건들, 즉 바로 옆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사람들, 사라졌지만 여전히 들리고 있을 까페의 배경음악들, 소리 없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분리되어 있었다.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나는 현실과 나의 세계와 반 정도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가끔 좀 더 글에 집중하다 보면 아예 현실감이 사라져 글 속에 세상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고 다른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명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의 현실의 좌표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망가진 내비게이션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찾기 위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거나 이곳저곳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현실의 좌표를 잊어버린 나는 멀미가 났다.


약간의 구토감 어지럼증. 이번에는 소리를 잃어서 발생하는 그 현상에 나는 내가 매우 싫어했던 그 소음들을 듣기 위해 헤드폰을 잠시 내렸다. 쏴아- 하고 파도처럼 소리가 몰려들었다. 타닥거리는 내 손가락의 타자 소리가 들려왔다. 헤드폰의 푹신한 쿠션에 갇혀 있던 귀가 밖으로 나오면서 시원했다. 하지만 더불어 다시 글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까페 계산기의 비트음과 지잉 거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리, 까페 스텝들의 찡그린 표정과 친절한 표정. 잠시 시계를 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시계도 보고, 문자가 온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며 기지개도 켜고, 그러다가 다시 목에 걸어 두었던 헤드폰을 당겨 쓰며 스스로 유리장 안으로 들어갔다. 소음의 노출로 인해 조금씩 빨라지던 심장박동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제야 친구가 한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뭐든지 과용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기능이 반드시 필요했다. 왜냐하면 소음으로 인해 현실감이 돌아왔지만 다시 그 소리들이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기운도, 혼도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어떻게 다 듣고도 저렇게 평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까? 다들 이 정도 소음은 자동으로 캔슬링 되는 건가.


다시 소음이 잦아든 소음에 나른한 평온함이 몰려왔다. 빨리 뛰던 심장도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갔다. 나에겐 확실히 소음보다는 고립감이 더 나았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붕 떠 있는 그 감각도 약간은 좀 기분 좋았다. 그래도 이런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나았다.




혹시라도 소음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더 있다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보는 것을 권장한다. 주관적인 평가지만 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외향적인 사람보다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좀 더 맞지 않은가 싶다. 소리를 막는 것 자체만으로 훌륭한 심리적 방어막이 생길 수 있으니, 혹여나 말들로 인해 예민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 헤드폰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새소리, 파도소리를 켜놓은 채 누워있으면 심신이완에 도움이 된다. 사실 이것으로 나는 층간소음이나 생활소음도 방어하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누군가 이 기능이 필요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글쎄, 나는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이것으로 나처럼 삶의 질이 나아질 사람이 있을 테니까!


이 글 보고 동감하는 분이 있다면 하트나 덧글로 나 같은 이런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 좀 해달라고 추가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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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아무나 - 밀리의 서재 (mill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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