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
덥다.
숨을 들이쉬면 이목구비까지 더운 바람이 들어와 얼굴 안이 데워진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는 대신 샤워를 한다.
종일 사무실에서 쐬던 에어컨 말고
이 더위를 조금은 견뎌보고 싶다.
나름의 절약도 하고 싶고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숨이 조금은 차갑게 쉬어지는 듯하다.
이 시원함도 얼마 못 가 더위가 덮어버릴 테지만
털벅 털벅 월요일의 피곤함이 편한 옷이 주는 안도감으로 가려져 만족스럽다.
운동을 가야 되는데 오늘도 스트레칭으로 대신할까 꾸물거린다.
한번 안 가면 쭉 놓치게 된다.
땅콩 몇 알을 꺼내 한알씩 한알씩 세며 먹는다.
한 움큼 쥐고 먹고 싶지만 열량이 상당하기에 세며 씹는다.
그레놀라 한 그릇을 말아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참고 냄비에 물을 500미리 정도 받아 코인육수 한알을 떨어뜨린다. 두 개 넣을까 하다가 요즘 된장은 조미가 되어있으니 한알로 마무리한다.
가스불을 켜고 물이 끓기 전에 바로 꽃게된장을 두 숟갈 푼다.
속을 파내 썰어 얼려놓은 늙은 애호박을 꺼내 한 줌 넣는다.
두부 한모를 숭덩숭덩 썰어 넣는다
물은 계속 끓지 않는다.
썰어 얼려놓은 대파도 남은 봉지 탈탈 털어 한 줌 맞춰 넣는다.
뚜껑 닫고 끓인다.
더워라.
밥이 없네
밥만 다하면 에어컨을 켤 거야.
다짐해 본다.
압력밥솥을 헹구어 쌀컵으로 두 번 하고 반번 덜어놓는다.
쌀은 거품기로 씻으면 잘 씻어진다.
시원한 물에 착착 씻어도 여전히 나는 덥다.
정수물 적당히 받아 가스불을 켠다.
센 불로 켠다.
그사이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려 한다.
호박의 달콤한 냄새가 된장과 어우러져 퍼진다.
밥 익는 소리가 난다.
압력밥솥 신호봉이 올라갔다.
약불로 줄인다.
마음으로 30을 센다.
불을 끈다.
덥다.
착감겼던 편안한 옷마저
진득하게 느껴지려 한다.
신호봉이 내려갈 때까지 대기.
프라이팬 하나를 물을 넣어 보글보글 끓인다.
나름의 프라이팬 소독작업
소독이 끝나면
기름을 두 바퀴 두르고
기름이 데워질 동안 계란 두 알을 그릇에 후린다.
기름이 탈까 봐 성급하게 계란을 깨트렸다간 계란 껍데기가 들어가니
침착하게 후린다.
체다치즈 한 장을 대기시키고
계란을 부어본다.
살짝 고체가 될 때쯤 체다체즈를 손으로 쭉 찢어 가로로 나열한다.
살살 익어갈 때쯤 돌돌 말아본다.
계란 두 알에 체다치즈 한 장.
어제 남편이 술 한잔 하러 나갔다 밤 12시가 다되어
들고 온 포장도 뜯지 않은 감자튀김 한 세트를 에어프라이에 데운다.
180도 5분
완료 소리가 들리고
밥 신호봉도 내려가고
더위를 견뎌내며 뜨거운 압력솥을 연다.
뒤적뒤적 기름져 보이는 밥을 두 그릇 푸고
한번 더 데운 된장찌개를 건더기 고루 담아 두 그릇 내고
계란 두 알 체다치즈 한 장으로 한번 더 만든 계란말이 두 개를
각각 다른 접시에 담아 뒤집개로 쓱쓱 대충 잘라 낸다.
감자튀김도 식탁 한편에 소복이 올리고
시어머니표 새 김치를 가위로 쓱쓱 잘라낸다.
'케첩 케첩이 어딨지?'
냉장고를 열어
작은아이가 케첩을 작은 접시에 쭉 짜낸다.
소담 소담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린다.
덥지만 입맛은 그대로인 나는 그레놀라를 부어본다.
이번생은 다이어트
마음만 오만 번째.
아이들이 먹고 일어난 뒤 남은 계란말이와 감자튀김은 내 차지다.
다행히 오늘은 김치 맛에 못 이겨 밥 한 그릇 더 퍼오는 것은 참았다.
그럼 된 거다.
선풍기 바람이 저녁 되니 꾀나 시원하게 들어온다.
숙제까지만 선풍기 앞에서 하고 에어컨 켤까.
한참 모여 앉아 숙제하고 나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바람에
선풍기 바람이 나름 견딜만하다.
그냥 오늘 창문 열고 선풍기 켜고 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