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의 동거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유난히도 바쁜 날 정신없이 일하다 오후 4시쯤 전화기가 울리고 아이들의 이름이 뜨면
사무실을 곧장 나가 복도로가 전화를 받는다.
"응 우리 아기"
"엄마, 오늘 저녁 뭐야?"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할 새도 없는 바쁜 날이 있다.
꼭 그런 날은 이런 질문에 힘이 빠진다.
"저녁 뭐 먹을 거야"
글쎄 라는 대답에 아이는 재차 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가 고민해 볼게. 아직 안정 해졌어. 아 이거 먹을까?"
"에휴. 맛없는 거네. 알았어"
전화기 너머로 우리는 서로 힘이 쭉 빠진다.
이리 바쁜데 기껏 전화해 가지곤 저녁 뭐냐 묻는 별 것 아닌 일과
대답해 주면 맛없는 거다고 한숨 팩 쉬는 아이에게
다정한 말투가 되기는 글렀다.
"어 그래 엄마 바빠 학원 조심히가"
"응"
전화를 끊는다.
거의 매번 그랬던 것 같다.
금요일에 연말이기도 한 여유 있는 어느 퇴근을 앞둔 시간
아이의 이름이 뜨며 전화가 울린다.
"엄마"
"응 우리 딸"
"오늘 저녁 뭐야"
또 저녁 뭔지 물어보려 전화했구나
"음,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김치볶음밥 어때?"
"알았어..."
"우리 딸, 배고프구나"
"응 배고파 힝"
"그랬구나. 조금만 더 힘내고 이따 맛있게 먹자!"
"응"
매일을 금요일처럼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딸 배고프구나
그 말 한마디를 못해서
그 생각 하나를 못해서
우리는 매일 월요일처럼 살고 있었나.
그 별 것 아닌 것이 얼마나 별 것인 물음인데
오늘 저녁도 함께 살아내는 물음.
그런 물음. 대단한 물음.